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신세계 '상하이 선언' + 천정배 '뉴욕 선언'

신세계 “증여세 1조 내겠다”, 천정배 "편법상속 엄정수사". 재계 쇼크

참여연대와 편법 승계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신세계가 1조원대의 상속 및 증여세를 내고 ‘당당하게’ 경영권을 승계, 최근 재벌의 편법 경영승계와 관련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천정배 법무장관도 '검찰 지휘권'을 동원해서라도 편법 승계 등 화이트칼라 경제범죄를 엄중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는 연이어 터져나온 신세계의 '상하이 선언'과 천장관의 '뉴욕 선언'에 경악하는 분위기다.

신세계 '상하이 선언', “상속-증여세 1조 내겠다”

1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지난 12일 이마트 중국 상하이(上海) 싼린점(三林)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용진 부사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기업가치에 상응하는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세금을 낼 것”이라며 “증여세 및 상속세를 모두 합치면 조 단위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신세계 그룹 오너측도 ‘세금은 제대로 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신세계는 상속에 있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해 모범적인 납세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신세계 주식 시가총액이 8조원대다. 오너 몫만 2조원이므로 50% 세율의 세금을 낸다고 치면 1조원 이상 아니냐. (상속과 관련해) 기존에 제일 많은 세금을 냈다는 대한전선이 1천3백40억원 수준이다. 확연히 다른 수준의 세금을 낼 것이다. 편법 상속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과감하게 세금을 내고 도덕적 기반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납부한 재벌가는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으로 지난 2004년 1천3백55억원의 세금을 냈다고 신고했다. 신세계 측이 납부하겠다고 하는 증여세 및 상속세 규모는 이 금액의 7배가 넘는 규모다.

구학서 사장은 “재벌 2, 3세 경영과 관련해 좋지 않은 사회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차원에서 사전정리를 하겠다는 것이지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아니다”라며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는 만큼 상속과정도 떳떳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현재 신세계 지분 분포는 이명희 회장 15.33%, 정 명예회장 7.82%, 정용진 부사장 4.86%, 정유진 조선호텔 상무 0.66%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28.67%이다.

1997년부터 기획조정실과 경영지원실 등을 거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온 정 부사장은 작년까지 부모의 주식을 증여받고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법으로 지분을 늘려왔으나, 신세계 주가가 워낙 많이 오르는 바람에 추가적인 지분 확대는 어려운 상태였다.

재계, '신세계 선언' 후폭풍에 전전긍긍

재계는 '신세계 선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신세계 선언이 2~3세로의 상속을 앞두고 있는 재계에 몰고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1조 세금 납부 선언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신세계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경우 정 부사장이 지분 52.2%를 소유한 광주신세계 지분을 팔고 신세계 주식을 매입할 때 닥칠 여론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세계는 현재 참여연대와 편법 상속 논란을 둘러싼 법정소송 중이다.

이와 함께 삼성 에버랜드,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으로 재벌의 편법 상속 방식이 검찰에 모두 노출됨으로써 더이상 편법적 상속이 힘들어졌다는 대목도 주요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천정배 뉴욕 선언, "화이트칼라 범죄에 검찰 지휘권 발동하겠다"

신세계의 '상하이 선언'과 비슷한 시기에 천정배 법무장관도 재계를 경악케 하는 '뉴욕 선언'을 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편법 상속에 대해 검찰 지휘권까지 발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재계가 경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 중인 천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허튼 코리아소사이어트에서의 연설후 일문일답에서 "검찰이 횡령, 배임, 분식회계 같은 화이트칼라 경제범죄를 훨씬 더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법무부장관이 갖고 있는 검찰 지휘권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장관은 특히 편법 승계와 관련, "다수 주주의 권한을 무시한 채 주식회사를 사기업화하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특히 주주들의 동의없이 불법적 방법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행태가 계속돼선 안된다"고, 편법 상속에 대한 엄정처벌을 다짐했다.

천 장관은 최근 현대차 수사과정에도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회장 구속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 선언과 뉴욕 선언이 잇따라 터져나옴에 따라 재계에서는 대다수 재벌도 신세계의 뒤를 따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재벌총수 일각 바짝 긴장케 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