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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 부하들 "尹 '의원들 끄집어내라' 지시"

"곽종근, 자신의 발언 일부 삭제 요청도"

12·3 비상계엄 당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국회에 출동한 부하에게 "대통령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말씀하셔서 필요하면 전기라도 끊으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준장)은 21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 곽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50분∼1시 사이 자신에게 보안폰으로 전화해 이처럼 말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이 전화했다는 이 시점은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오전 1시 1분)하기 직전이다.

이 여단장은 "군인은 상관의 중요한 지시를 받으면 기계적으로 복명복창하게 돼 있다"며 "'대통령님께서 그런 지시를 하셨단 말씀이십니까?' 하고 복명복창했는데, '응'하고 약간 주저하시는 목소리를 하면서 전화 끊으셨다"고 전했다.

이 여단장은 "마침 전화가 끝날 때쯤 1대대장에게 전화가 왔고, 내가 동일하게 '대통령께서 이러한 지시를 하셨다'고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이런 통화 내용이) 녹취가 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여단장과 당시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안효영 1공수 작전참모(대령)도 곽 전 사령관과 통화하던 이 여단장의 발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여단장은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부하에게 전달했지만, 다소 당혹스러웠다"며 "갑자기 이것이 정치적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원들을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대로 복귀한 뒤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일지를 절대 수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방으로 돌아가 수첩에 있었던 일을 다 기록하고, 수정을 할 수 없게 볼펜으로 써 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상계엄 당시 곽 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지시받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곽 전 사령관과 지휘통제실에 함께 있었다는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은 "사령관이 조금 긴장하면서 받는 전화가 있어서 옆에 있는 간부에게 물어봤는데, '코드 원'이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말했다. 코드 원은 군에서 통상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는 "다른 전화보다는 조금 경직된 모습으로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며 곽 전 사령관이 '예, 예,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기동 특전사 감찰실장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전화를 받으며 경례했다면서 "특전사 경례 구호가 '단결'인데, 당황했던지 '충성'이라고 한 것 같다"며 "상급자로, 장관 혹은 그 이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곽 전 사령관이 계엄 이후 상황일지에서 자신의 발언 기록 일부를 빼달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여단장은 "국회 제출을 위해 상황일지를 사령부에 제출했는데, 사령관이 어느 부분은 '내가 말한 거 같지 않은데 좀 빼면 안 되겠냐'고 했다"며 "하지만 상황 장교들이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적혀 있다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령관이 회의할 때 마이크를 켜놓아 일부 문장을 상황 장교들이 적어놨을 수 있지만, 그것도 사령관이 말한 것이기에 삭제하면 실무자들이 공문서위조로 처벌받는다.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여단장은 "사령관은 예하 지휘관들에게 목적을 말하지 않고 위법한 현장으로 투입했다"며 "의결 직전까지도 그런 행동을 할 것을 지시했고, 중간에 한 번도 중지하라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이 책임 감면을 받을 수 있는 공익신고자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선 "지휘관은 선장으로서 자기 부하들이 물 밖으로 다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며 "저는 제 부하들에 그렇게 하겠다. 제 상관이었던 분은 평가하지 않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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