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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화두, '두바이와 이명박'

<분석> 두바이 생존전략, '금융 통한 세계기업 지분 확보'

두바이, 미국 나스닥-영국 증권거래소 접수

두바이가 20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을 발칵 뒤집었다.

두바이증권거래소가 이날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지분 20%를 시가보다 14% 비싼 가격에 인수하면서 나스닥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또 나스닥이 보유한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8%도 매입키로 했다. 세계 양대 금융센터인 미국과 영국의 '마이스터'가 된 것이다.

이로써 두바이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 두바이정부는 나스닥의 1대 주주로 등극하는 한편 미국 증권거래소의 지분을 보유한 최초의 중동 국가가 됐다. 나스닥에 대한 두바이증권거래소의 의결권은 5%로 제한되나, 내용적으론 나스닥을 접수한 셈.

두바이가 나스닥 최대주주가 되자,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계약이 국가 안보에 미칠 함의가 있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라며 "진행과정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정부 반발에 대해 두바이증권거래소의 에사 카짐 회장은 "지분 인수는 금융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경영권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고 해명했다. 나스닥을 쥐락펴락할 생각이 없으니, 미국정부는 걱정말라는 메시지다.

그럼에도 미국은 두바이의 나스닥 접수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미국의 마지막 경쟁력이라 일컬어지는 '금융산업'을 두바이가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바이의 핵심전략은 '금융 통한 세계 주요산업지분 확보'

'중동의 떠오르는 태양' 두바이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존재다. 지난해부터 정부 고위관리들이 줄줄이 찾아갔고, 이해찬, 이명박 등 여야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TV오락프로그램조차 두바이를 찾아 세계최초의 '7성호텔' 등을 비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련 언론보도와 서적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가히 '두바이 붐'이라 할만한 현상이다.

이들의 두바이 예찬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럴만도 하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7개국 중 하나인 자그마한 토호국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외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과 세계 최고급 호텔과 인공 섬, 사막의 스키장과 골프장 등 화제거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금융과 물류와 관광과 엔터테인먼트와 언론, 심지어 고급문화까지 모두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슈퍼국가' 건설의 꿈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셰이크 모하메드 지도자의 리더십도 격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셰이크 모하메드는 세계에서 모여든 2천명의 전문가로 싱크탱크를 구축, 스피드 국가경영을 하며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는 행정규제 등을 혁파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두바이 예찬은 표피적이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두바이 국가전략의 핵심은 '금융'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금융을 통한 세계주요산업 지분 확보'다. 두바이의 나스닥 접수도 이같은 국가전략에 따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5월22일 청와대에서 방한중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를 접견, 악수하고있다. 이명박 후보가 모하메드 총리 회동 불발이 정부 방해 때문이라고 주장, 파문이 일었다. ⓒ연합뉴스


두바이 펀드, 한국에도 강한 관심

국제금융계는 오래 전부터 두바이, 특히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를 주목해왔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 설립 목적은 하나다. 고유가시대에 넘쳐가는 중동 오일머니를 결집해 만든 '두바이 펀드'로 세계 주요기업을 사들이자는 것이다.

거액의 외국계자금을 국내에서 운영중인 모펀드사 대표인 A씨는 몇해전부터 두바이를 제집처럼 들락거렸다. 두바이 펀드와의 거래를 위해서다. 그는 두바이 전략을 이렇게 설명한다.

"두바이에서 주목할 것은 호사스런 건물이나 세계중계무역 기지 건설, 그런 것이 아니다. 두바이 펀드다. 두바이 지도자들은 하나의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두바이의 석유, 그리고 중동의 석유는 곧 동난다. 그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위기감이다. 이런 위기감의 산물이 두바이 펀드다.

두바이 펀드의 목적은 하나다. 전세계 주요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경영권을 확보할 생각은 없다. 중동에 넘쳐나는 오일머니를, 석유가 동 났을 때를 대비해 각국 주요기업의 지분 확보에 쓰자는 것이다. 즉 석유가 동이 나더라도 사들인 이들 기업의 배당을 통해 살아가야 한다는 게 두바이 국가전략의 핵심이자, 두바이 펀드이 목적인 것이다."

그는 접촉결과 "두바이는 한국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두바이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세계적 대기업들을 주목하고 한국의 은행들에도 관심이 크고, 중소기업들에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들만큼 튼실하고, 투자하기에도 적절한 규모를 갖춘 기업들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두바이 펀드는 앞으로 한국에도 적극 유입될 것이다."

두바이 전략은 동일한 위기에 처한 다른 중동국가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시티그룹의 최대주주인 것이 그런 대표적 예다. 그러나 두바이처럼 두바이 오일머니뿐 아니라, 중동 오일머니를 전부 빨아들여 전세계 주요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국가적-중동지역적 차원의 매머드 생존전략을 구사한 나라는 없다. 때문에 대다수 중동국가들이 두바이 전략을 벤치마킹, 제2의 두바이가 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두바이와 중동지역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카타르가 20일 두바이가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8%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즉각 이날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20%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같은 헤게모니 다툼에 20일 런던증권거래소의 지분 48%는 중동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명박 후보와 두바이

우리가 또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두바이와 이명박'이란 화두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요즘 두바이 얘기를 부쩍 한다.

"두바이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많더라", "대운하에도 두바이가 투자하고자 한다", "새만금에도 두바이 자금을 끌어들일 생각이다" 등등, 화두는 단연 두바이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10일 두바이를 방문해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와 만나 양국 미래관계를 놓고 대화를 나눴고, 셰이크 모하메드는 그로부터 한달 뒤 한국을 방문해 이 후보의 대표작인 청계천을 돌아보기도 했다. 현대건설 재직시절 중동에서 모래밥을 먹었던 이후보이기에 그는 두바이의 기적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 후보가 차기대통령이 된다면, 두바이가 한국경제의 주요변수로 급부상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들이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기간중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 허가를 내준 것도 이 후보 집권시 한국을 '제2의 두바이'로 만들려 할 것임을 예고하는 징후다.

한국의 '동북아 국제금융센터화'는 김대중 정부가 시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그림이다. 노무현정부 들어 무력화된 아쉬운 그림이다. 전세계 돈은 중동에만 모여있는 게 아니다. 세계최대 무역흑자지대인 동북아, 즉 중국 일본 한국 대만에도 세계의 돈은 빨려들고있다. 문제는 이 돈의 운영 헤게모니를 누가 어떻게 쥐는가이다.

국제금융센터 성패의 관건은 '돈'이 아닌 '사람'이다.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때 간신히 키워놓은 '사람'들마저 밀어냈다. 사람을 키우지 못하면 '제2의 두바이'는 불가능하다. '두바이의 밥'이 될 뿐이다. 이명박 후보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해외정책 탐사를 위해 두바이에 도착한 이명박 후보가 4월10일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를 방문,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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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35 28
    초이

    졸지 마라 이명박
    졸지 마라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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