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전이다!". 한동훈의 절묘한 승부수

채상병특검법 수용에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본색' 노출

2024-06-24 07: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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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 자리에서 채상병 특검법의 불가피성을 전격 밝혔다.

그는 "이 시점에서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며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온 현행 민주당 특검안의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아닌,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도 아닌 대법원장 같은 '제3자'가 고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상병 사건 의혹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격노'가 모든 사건 왜곡의 진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개인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 등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의혹은 더욱 증폭돼, 이제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친윤이 필사적으로 특검을 막으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민감한 사안에 한동훈 후보는 '윤심' 대신 '민심'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당이나 정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면 한쪽에서 견고하고 단호하게 민심의 길로 견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승부수는 절묘했다. 당장 그간 '용산에 할 말은 하겠다'던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가 일제히 한 후보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윤석열 지킴이'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들 세사람은 출마 선언 전에 각각 용산을 찾아가 윤 대통령을 독대한 사실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모양새가 됐다.

이로써 경선은 사실상 '윤석열 대 한동훈' 대진표가 됐다. 용산의 속내가 일단 다음달 23일 전당대회에서 한동훈의 과반 득표를 막은 뒤, 2차 결선투표에서 단일화된 친윤으로 뒤집기를 하겠다는 것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내전" 발발로 분석하기도 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앞서 지난 20일 방송에 나와 한동훈의 출마에 대해 "이게 민주당하고 싸우는 거하고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이건 내전"이라며 "그러니까 '이조심판론'이 그전에는 이재명, 조국이라고 하면 누가 그러더라고, '이거 이철규, 조정훈이다'. 그래서 그게 훨씬 싸움이 힘들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12일에는 "국민의힘이 이중권력 상태에 빠질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그 간극이 벌어진 적은 없는데, 영남의 현역 의원들과 대통령 중심으로 한 그 권력과, 수도권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갖고 있는 인식, 파워, 이게 한동훈이라고 하는 차기 권력을 딱 앞세워서 거의 이중권력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의 이중권력 상태는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그전에 일종의 서인이라고 하는 하나의 세력 안에 있었다면 노론과 소론으로 분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조선시대로 본다면"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중 권력', 쉽게 말하면 여권의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뜰 것이라는 의미다.

과연 전대에서 국민의힘 당원과 보수층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결과에 따라 여권의 권력지형은 미증유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정치권 전체에도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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