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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녀관련 위장전입' 이젠 무죄?

이규용 환경내정자 위장전입에 한나라 '침묵', 청와대 '강변'

이규용 환경장관 내정자가 자녀들을 강남권 학교에 집어넣기 위해 세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도 부동산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위장전입이 불러온 씁쓸한 풍광이다.

이규용 환경장관 내정자 3차례 위장전입

18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환경부가 19일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규용 내정자와 부인 김모(고교 교사)씨의 주소지는 1993년과 1996년, 2000년 등 세차례에 걸쳐 서로 달랐다.

93년 7월과 96년 9월 부인 김씨는 두 아들과 함께 각각 서울 송파구 방이동과 송파구 가락동으로 주소를 옮겼고, 두차례 모두 이듬해 3월 각각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인근 중학교에 입학했다.

2000년 8월에도 김씨는 두 아들과 함께 송파구 오금동에 전입했고, 같은 해 9월 외국어고를 다니던 둘째아들이 일반고로 전학했다.

이규용 내정자는 이와 관련,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이들 학교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만 주소지를 옮긴 적이 있다"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문제는 청와대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1월 환경부차관으로 승진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위장전입에 대한 소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전입에도 불구하고 환경장관으로 내정된 이규용 현차관(오른쪽). ⓒ연합뉴스


한나라당 '침묵'

주목할 대목은 예전 같으면 당연히 '낙마감'인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에 한나라당이 침묵하고 있으며, 청와대는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정윤재 사건 등에 대해선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이 내정자의 위장전입에 대해선 한마디로 하지 않았다.

하루 뒤인 19일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일절 언급도 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하나. 이 문제를 건드릴 경우 자녀들의 명문학교 진학을 위한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꿀먹은 벙어리 신세인 셈.

청와대 "뭐가 문제냐"

또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청와대 반응.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장관 내정자가 세 차례 주소지를 옮긴 것은 사실이고 장관 내정 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위장전입의 경우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부동산 취득 등의 목적 때문일 경우"라고 강변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을 취득할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한 경우에는 엄격한 검증의 잣대를 대고 있지만, 자녀 문제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은 인사검증 기준에서 중대 결격사유로까지 보지는 않는다"며 "그같은 내부 기준에 따라 이 장관 내정자는 검증을 통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강변하고 나선 것은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 전례때문에 따지고 나서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반응만 보면 앞으론 한국사회에선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는 자녀 명문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 전입'은 더이상 위법이 아닌 셈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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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6 10
    깃발만나부껴

    동지는 침묵하고
    원래 양반과 상놈의 길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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