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와, 20세이하 캐나다 세계청소년축구대회, 2008 베이징 올림픽예선, 그리고 현재 국내에서 진행중인 17세이하 세계청소년월드컵까지 한국축구의 모든 연령대의 대표팀들이 최근 참가했거나 참가하고 있는 대회들에서 한국 대표팀이 겪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골결정력 부족이다.
그리고 골결정력 부족의 원인을 분석할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원인이 단조로운 공격루트의 문제다. 즉 측면공간 침투에 이은 크로스에 의존하는 한국축구의 뻔한 공격루트로는 더 많은 득점기회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그 결과 득점력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플레이메이커의 부재, 한국축구의 단조로운 공격의 중요한 원인
최근 몇년간 한국축구가 안고 있던 단조로운 공격루트라는 문제점을 감안한다면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펼친 한국의 플레이는 다양한 공격루트의 개척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러나 이날 한국은 몇 차례 우즈베키스탄의 중앙공간을 돌파하기 위해 전진패스를 시도했으나 패스의 강도나 방향, 그리고 타이밍의 부정확함으로 인해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는 못했다.
이 대목에서 그리워지는 선수가 있다. 바로 '컴퓨터 플레이메이커' 윤정환(J2리그 사간 도스)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스코틀랜드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는 '컴퓨터 플레이메이커' 윤정환 ⓒ연합뉴스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동료선수들의 움직임을 머리속에 넣고 능수능란한 공수조율과 절묘한 패스로 경기 전체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가는 플레이메이커로서 윤정환의 능력은 탁월했다.
특히 비쇼베츠 감독이 이끌던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팀에서 주장으로서 최용수와 함께 구축했던 득점루트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한국축구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전문가들 "윤정환,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플레이 펼치는 선수" 평가
윤정환의 패스에는 언제나 '환상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상대가 전혀 예축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패스가 나오고 그 패스는 강도나 방향면에서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상대 일자수비를 일순간 무너뜨림과 동시에 스트라이커가 슈팅하기에 가장 편한 위치에 공을 떨어뜨려줄줄 아는 선수였다.
이런 이유로 그는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의 축구선수중 가장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로 평가받았으며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시절에는 "그의 패스를 받아줄 선수가 있다면 정말 빛을 발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록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강인한 체력과 수비력을 요구했던 히딩크의 스타일과 맞지 않아 중용되지 못했지만 그의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능력에 만큼은 히딩크 감독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제2의 윤정환'은 이청용?
그러나 지금 한국의 어느 연령대의 대표팀에도 윤정환에 필적할만한 플레이메이커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성인대표팀의 김두현(성남일화)에게 윤정환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스타일면에서 윤정환과 다소 차이가 있고, 패스의 기술면에서 분명 전성기의 윤정환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청용(FC서울)의 등장이 희망을 갖게하고 있다. 특히 그가 현재 19살에 불과한 젊은 선수임에도 전성기 시절의 윤정환을 연상시키는 노련한 패스기술과 공수조율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아직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과거 윤정환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축구를 보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골을 넣지 않으면서도 단 한번의 환상적인 패스만으로 축구팬들에게 감동과 희열을 맛보게 했다.
현재 한국축구가 직면한 최악의 공격력 부재현상을 해결하며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축구를 보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완성형 플레이메이커의 등장은 언제쯤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