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호남 민심…국힘 '마의 15%' 돌파
광주 전국 최저 투표율. 이낙연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3명의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모두 15% 이상의 역대급 지지율을 얻는가 하면, 광주 투표율이 전국 최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의 광주·전북·전남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얻은 득표율(전남 11.44%, 전북 14.42%, 광주 12.72%)보다 높은 득표율을 거뒀다.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18.1%,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는 17.3%,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가 15.6%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8년 전 지방선거때 새누리당 이정재 후보가 3.40%, 4년 전 바른미래당 전덕영 후보가 5.05% 득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상승세다.
광역의회에서는 처음으로 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에서 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광주시의회 23석(비례 3석) 가운데 비례대표 1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 후보가 광주시의회에 입성한 것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7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전남도의회 총 61석(비례 6석) 가운데 비례 1석, 전북도의회 총 40석(비례 4석) 중 비례 1석을 차지했다.
투표율에서도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광주의 경우 이번 선거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였다. 강기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렇다고 해도 너무 낮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고 주장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광주의 투표율을 보시며 길을 찾으세요"라며 광주 민심이반이 심각함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비슷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광주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민주당에 대한 혐오가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 의견이다. 낮은 투표율은 민주당의 누적된 이미지에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광주시민들의 표현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가 깨지고 있는 흐름"이라며 "모든 것이 축적된 노력의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이 5.18 정신 헌법 수록 등을 언급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부 광주를 찾는 등도 있었지만, 그것을 한번 했다고 통한 것이 아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때부터 시작된 것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에게서 5.18에 대한 자신들의 과거 역사의식을 사과하는 변화의 모습을 봤고,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찍지는 못하지만 기존 지방권력인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그런 사이에서 기권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민주당에 대한 경고를 기권 형식으로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선 때는 국민의힘이 전남, 전북에 올인하면 전북은 어려워도 전남, 광주 등에서 2~3석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며 "국민의힘이 갑자기 딴소리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서진은 성공할 가능성이 꽤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내심 득표율 '20% 돌파'를 목표로 삼았던 국민의힘은 다소 아쉽다는 분위기이면서도, 향후 '서진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호남은 우리 당의 불모지가 아니라 더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할 경작지"라고 했고,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를 찾아 시민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광주 올 때마다 느낀다"며 "저희에 대한 신뢰가 더 커진 만큼 더욱 열심히 정진하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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