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의문'인 한은의 금리인하 '진짜 속셈'은...
[기고] 금리인하 영향력이 분양가 상한제보다 열배 강해
금리인하가 부동산 투기심리를 강화한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작년 ‘9.13조치’ 이후 몇 달 주춤했던 서울집값이 다시 상승추세를 굳혀가는 것이 체감되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35% 급등한 서울집값으로 압도적 다수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 고통이 상당 기간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부동산중개사 세 명이 하는 이야기는 똑같았다.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므로 괜찮은 물건을 잡아두면 가격 하락으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리하락이 돈의 가치를 하락시켜 실물자산인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금융이론을 그들이 몸으로 깨달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금통위원들보다 경제와 금융을 더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리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제학교수나 언론들보다 경제에 대해 몇 배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부동산중개사가 금통위원이나 경제학교수보다 경제를 더 잘 안다
경제학자들과 언론이 금리인하를 주장하면서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부동산중개사들은 돈이 많이 풀려도 실물경제로는 가지 않고 부동산으로만 몰린다고 했다. IMF등 국제기관들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힌 사실과 일치한다. 금리인하 혹은 제로금리가 세계경제를 침체에서 회복시키는 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공격적 금리인하를 했는데, 경제성장률은 쭉 우하향곡선을 그렸다. 경기침체의 원인이 금융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수요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면 금리를 아무리 낮추고 돈을 아무리 풀어도 세계경제든 한국경제든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집에서 구독하는 진보성향 신문 두 개의 기사를 훑어봤다. 금리인하에 관한 기사는 당일 한번 내보내곤 끝이었다. “서울집값 폭등”이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인데, 언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기사들을 다 읽어도 금리인하가 어떻게 해서 경기침체를 해결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금리인하가 어떤 경로를 거쳐 경기회복을 이끄는지 설득력 있는 경제논리나 설명이 없었다. 다만 금리인하가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주장 혹은 구호뿐이었다.
주류세력의 요구에 정부가 부응한 것
이번 금리인하의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그리고 금리인하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는 우리 사회 주류세력이 서울집값 상승을 원한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경제학교수와 박사 그리고 언론이 그런 의도를 끊임없이 주장했고, 그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이것이 이번 금리인하의 진짜 속셈이다.
둘째 시사점은 서울집값의 투기가 여간해선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투기가 끝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기매물이 쏟아져야 한다. 그리고 투기매물이 쏟아지기 위해서는 투기비용이 상승해야 한다. 투기비용 중 가장 큰 것은 금융비용이다. 그런데 금리를 인하하여 투기비용을 하락시켰으니 투기가 끝날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
셋째 시사점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와 집권세력의 집값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국토부가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서울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서울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얼핏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집값에 대한 금리의 영향력은 분양가상한제보다 열배는 더 강력하다. 문재인정부는 “큰 것”을 내주고 “작은 것”을 취한 것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서울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압도적 다수 국민의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기득권 자산가인 다주택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정부의지가 읽힌다.
“집값폭락” 주장 틀렸다
넷째 시사점은 유튜브와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집값폭락론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이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집값폭락요인’들을 듣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점이 있으니 바로 정부의지다. 투기를 끝내는 필수조건인 투기비용 상승은 정부가 결정한다. 그런데 이번 금리인하로 정부가 투기를 끝낼 의지가 없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혹시 다른 요인으로 집값이 완만한 하락을 보일 수는 있으나, 투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급락은 일어나지 않는다. 투기가 끝날 가능성이 희박해졌으니 집값폭락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서울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심정적 위안을 주는 집값폭락 주장을 더 냉정한 눈으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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