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반격 "60일내 제재 안풀면 핵개발 재개"
미국, 항공모함-폭격기 등 중동 급파...이란 핵위기 다시 고조
이란 국영 TV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핵 합의 탈퇴 선언 1주년인 이날, 지난 2015년 서방과 체결한 핵합의(JCPOA) 의무 이행을 일부 중단한다는 최고국가안보위원회 결정이 담긴 서한을 영국,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현지 주재 핵합의 당사국 대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들에게 "향후 60일 안에 핵협정 약속을 이행하라"며, 특히 금융 및 석유 부문 경제제재 전면 해제를 촉구했다.
아울러 "서명국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협정에 따른 우라늄 농축 및 중수형 원자로 현대화에 대한 제약조치를 더 이상 준수할 수 없다"며 핵 개발을 위한 원심분리기 가동 등 핵 프로그램 재가동을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국영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은 이란에 한 경제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라며 "유럽이 60일 안에 이란과 협상해 핵합의에서 약속한 금융과 원유 수출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하겠다"라고 통고했다.
미국 정부가 이달초 이란산 원유 수출 예외조치 중단 등 대이란 봉쇄를 강화하자 이란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로, 이란은 그동안 유사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경고해왔다. 이란이 중동 원유 수출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란의 반격에 미국은 초비상이 걸렸다.
유럽 순방 중 독일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한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를 전격 방문해 이란에 강력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풀 기자단에 이라크 방문이 "고조되는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항공모항, 폭격기 등도 속속 페르시아만에 증강, 배치하기 시작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 자산들을 재배치했다"며 "이란이 미군이나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어번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이란과 이란의 대리군이 이 지역에서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최근의 뚜렷한 징후 때문에 더 많은 병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성명에서 "이란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호와 폭격기를 파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의 반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특히 매파 정책을 주도해온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독주에 대한 급제동 성격이 강해 트럼프는 취임후 최대 외교적 위기를 맞이한 양상이다. 또한 이란 사태는 미국과 교착 상태에 들어간 북한의 선택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일파만파의 글로벌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