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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과 <밀양>, 그리고 '이창동'

상영관 11개중 10개 <캐리비안> 독점, <밀양> 몫은 단 1개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영화계의 더없는 낭보다. 그러나...

11개 상영관 중 10개가 <캐리비안의 해적 3>, 1개만 <밀양>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의 여왕'이 되기 하루 전인 지난 26일 토요일 오후. 한국 극장가에 전무후무한 횡포가 발어졌다.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롯데시네마 스타시티점. 모두 11개의 상영관을 갖추고 있다.

11개 상영관 중 10개에 걸린 영화가 <캐리비안의 해적 3>이었다. 단 한곳만 <밀양>을 걸었다. 이날 오전까지 걸려있던 <스파이더맨 3>나 한국 영화 <못말리는 결혼><전설의 고향> 등은 슬그머니 예약 전광판에서 사라졌다.

다른 복합상영관의 경우도 약간의 정도 차가 있었을뿐 <캐리비안의 해적 3>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11개의 상영관을 갖춘 복합상영관에서 한 영화가 10개 상영관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영화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조차 "이건 좀 심한 것 아니냐"고 한마디씩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희생물로 스크린쿼터 대폭 축소후 영화계가 우려했던 상황이 끝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3>의 한 장면.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6월엔 <슈렉 3>, 7월엔 <해리포터>, 8월엔 <다이하드 4>...

<캐리비안의 해적 3>은 처음부터 한국을 겨냥한 냄새가 짙다. 제작자인 할리우드의 디즈니는 <캐리비안의 해적 3>의 세계최초 개봉지로 한국을 택했다. 연휴가 낀 지난 23~24일 한국에선 1백9만7천명이 이 영화를 봤다. 이는 역대 영화 사상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한 <괴물>의 개봉 이틀 관객수 1백8만8천명의 기록을 깬 동시에, 외화로서는 처음으로 최단기간 1백만 관객 돌파 기록이다.

이같은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을 가능케 한 것은 '극장 독점'이었다. 개봉 당일 전국 1천2백개 상영관중 6백99개 상영관이 <캐리비안의 해적 3>를 올렸다. 앞서 한국을 초토화한 <스파이더 맨 3>의 5백47개보다 1백52개나 많은 상영관이 한국시장 공략에 동참했다. 지난 주말에는 롯데시네마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더 많은 상영관이 동참, <캐리비언의 해적 3>의 극장 점유율은 사상최고를 기록할 게 확실하다. 실제로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캐리비언의 해적 3>에는 1백47만6천3백59명의 관객이 들면서 누적 관객 2백47만9천6백49명으로 무려 7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극장의 70% 가량을 싹쓸이했다는 얘기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워낙 전작인 1, 2편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만큼 3편에 관객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탓인지 "3편이 2편보다 못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우리보다 뒤늦게 지난주말 개봉한 미국의 흥행 실적도 2쳔에 뒤졌다.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아울러 '12세이상 관람가'답지 않게 잔혹한 장면이 많이 노출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예로 싱가포르 해적두목으로 나오는 주윤발은 가슴에 나무토막이 관통돼 비참하게 죽는다. 칼날이 사람 몸을 관통하는 장면도 부지기수로 나온다. 섹스 어필 이미지도 곳곳에서 읽힌다. 초등학생 자녀들의 등쌀에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의 심사가 편치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작들이 국제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디즈니사가 더 돈을 벌려는 장사속에 '아동물'에서 '청소년물' 이상으로 슬그머니 제작등급을 상향조정한 냄새가 여러 곳에서 난다.

문제는 이런 초토화 공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3> 상영전, 스크린에는 앞으로 개봉될 영화 두 편이 소개됐다. 오는 6월에는 <슈렉 3>, 7월에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개봉되니 많이 찾아달라는 광고였다. 이밖에 여름을 겨냥한 <다이하드 4> 등 할리웃 대작들의 물량공세가 예고된 상황이다. 감히 할리웃에 저항한 한국에 대한 총공세 예고편에 다름아니다.

한미FTA에 침묵했던 '감독 이창동',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할까

원래 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개봉한 뒤 다음 대작으로 넘어가는 게 할리웃의 마케팅 방식이다. 영화뿐 아니라 소설 등 문학분야도 국제적 유명작가의 화제작이 나오면 서점을 한 작품으로 도배하다시피하는 게 미국이다. 따라서 국내 극장가가 이런 '선택과 집중' 방식을 따라가는 것을 뭐라 할 수만도 없다.

문제는 '다양성의 파괴'다. 할리웃이 정해준 메뉴대로 보고 즐기는 방식이 몰고올 부작용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할리웃에 저항해왔다. 이렇기까지에는 국내 영화인들의 뼈 깎는 노력이 일등공신이나 스크린쿼터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스크린쿼터가 무너지면서 한국영화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소식은 더없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연기파 전도연과 송강호, 그리고 '돌아온 감독 이창동'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감독 이창동'은 참여정권때 '문화관광부장관 이창동'이었고, 영화계로 돌아간 지금도 말 많은 '참여정부평가포럼' 멤버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의 희생양으로 상납된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던 영화배우 이준기에게 "한국 영화인들, 그렇게 자신이 없냐"고 질책성 반문을 했었다. 이창동 감독은 문광부 장관때도, 영화계에 돌아와서도 스크린쿼터에 관한 한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 그가 만든 <밀양>이 그 희생양이 되고 있다. 물론 전도연의 수상으로 <밀양>을 거는 상영관이 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할리웃의 물량 총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그 역시 희생양일 뿐이다.

'감독 이창동'의 말이 더욱 더 듣고 싶은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 ⓒ연합뉴스
박태견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0 0
    봄향기

    https://youtu.be/qaqvPsGXO2k
    확인해 보세요^^

  • 20 36
    크크

    화려한 휴가는 어디갔냐?
    팔로스버디스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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