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내가 바로 걸림돌이구나", 코오롱 회장직 사퇴
"우리는 10년전이나 5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코오롱그룹 오너 3세로 23년간 그룹을 이끌었던 이웅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타워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열린 성공퍼즐세션에서 "내년부터 그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도 "저는 2019년 1월1일자로 코오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대표이사 및 이사직도 그만두겠다. 앞으로 코오롱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장직 사퇴 이유에 대해선 "시불가실 (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납니다. 우물쭈물하다 더 늦어질까 두렵습니다"라며 "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습니다.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밖에서 펼쳐보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저보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누이들까지도 우리 집안에서 금수저는 저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니 말 그대로입니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온 것도 부인하지 않습니다"라며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껴야 했습니다. 그 동안 그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습니다. 이빨이 다 금이 간듯합니다. 여태껏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때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라며 "정말 빠르게 경영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 이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면 살고, 뒤처지면 바로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는 10년전이나 5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매년 시무식 때마다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졌지만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중장기 전략은 실체가 희미합니다.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 저 너머까지 꿈을 꾸려 하지 않습니다. 그 꿈을 실행할 계획은 디테일하지 않습니다. 'Next me' 없이 미래는 없다고 그렇게 외쳐도 메아리가 없습니다"라면서 "불현듯 내가 바로 걸림돌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제가 떠남으로써 우리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제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라며 "제가 떠날 때를 놓치고 싶지 않듯이 여러분들도 지금이 변화할 때임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변화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면 미래는 없습니다"라며 임직원에게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별도의 퇴임식 같은 건 없습니다. 이 편지로 여러분들과 마지막을 나누고 싶었습니다"라며 "제 편지에 마침표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진정한 변화와 성공이 마침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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