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의 '전술핵 재배치' 발언 후폭풍
야당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은 무엇이냐"
정부 고위관계자는 앞서 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송 장관이) 맥매스터 백안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게 '한국 야당과 언론에서 (전술핵 재배치) 그런 요구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 핵 정책이 어떤 것인지 설명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북핵 고도화로 한국 국민의 안보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와 보수층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며 "미사일 지침 개정(탄두 중량 확대)과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전술핵 문제가 거론됐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는 "미국 측은 한국에서 그런 논의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한반도 안보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3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회담에서 서로 언급한 정도인 것으로 안다. 심도 있는 토론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한미 간 구체적 논의가 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측에서도 소극적"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1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 차원에서 전술핵과 관련된 내용을 검토한 바 없다"며 "실제 송 장관 본인도 전술핵을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확인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정부는 전 세계적 핵 비확산 체제를 존중하고 있고 그 규범 내에서 모든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어제 송 장관이 이야기한 것은 우리 자주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내의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전술핵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야당들은 송 장관의 단순한 언급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조짐이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지난달 13일 북핵 대응 방안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나선 데 이어 송 장관의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0일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 '정부는 전술핵 배치는 정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고 비핵화가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며 "도대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를 지휘하는 삼각축인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국방부의 메시지가 제각각"이라며 "송 장관의 전술핵 재배치 발언은 개인 발언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교감하에 나오는 것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송 장관은 ‘우리 야당이나 언론에서 전술핵 재배치하라는 요구가 있다’고 하면서 말했다고 합니다"라며 "이 엄중한 시기에 안보관계자 회의에서 국내 여론 동향 알려 주러 미국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1991년 우리 스스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를 깨는 일입니다. 또한 동북아에 중러의 핵 확산, 일본의 핵무장을 가속화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할 명분이 없어집니다"라며 전술핵 재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지금은 비상상황입니다. 비상 깜박이는 좌우를 동시에 눌러야지 우측 깜박이를 켜고 좌회전하고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국민에게, 그리고 북한과 국제사회에 확실하고 정제된 메시지가 필요합니다"라고 질타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송영무 장관이 미국과의 회담에서 전술핵 배치를 언급했는데 청와대는 이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급급하다”며 “입방정 송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송 장관은 미국에 가서 ‘전술핵 배치와 관련해 야당과 일부 언론의 요구가 있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전술핵이 필요하다면 당당히 요구해야지 왜 야당과 일부 국민을 끌고 들어가느냐”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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