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정윤회 문건' 직접 받아봤다"
"조응천, 정호성에게 유출문건 100쪽 전달하기도"
또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들이 대량 유출된 뒤인 지난 6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내부 문건 유출 사실과 함께 A4 용지 100장 분량의 문건 사본을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했으나, 이후 청와대에서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겨레>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작성은 ‘김기춘 실장 경질설’을 조사하다 나온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당시 언론에 김기춘 비서실장 경질설 등의 보도가 자주 나와서 위에서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지시자가 김 실장인지 홍경식 민정수석인지 정확한 기억이 나진 않지만, 지시를 받고 당시 박관천 행정관에게 조사를 맡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박 전 행정관은 박동렬(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등이 한 이야기들을 근거로 ‘김기춘 실장 경질설’이 정윤회씨와 이른바 ‘십상시 모임’ 등에서 비롯됐다는 보고를 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홍 수석이 ‘김 실장과 관련된 얘기이니 직접 보고하라’고 해 김 실장에게 보고하고, 보고서도 직접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는 처음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이 공개됐을 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비서실장은 문서가 아니라 구두로만 보고받았다”고 해명한 내용과는 다르다.
김 실장이 문건을 보고받은 이후 문서 작성자인 박 행정관은 청와대를 떠나게 됐고, 3월 초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위를 조사한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대한 특별감찰도 실시됐다. 조 비서관도 4월 중순 경질을 통보받았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근무자들은 최근 <한겨레>에 “3월 이후 청와대 내부 문서가 대량으로 유출됐다는 게 파악된 뒤, 청와대를 떠난 조 전 비서관이 <세계일보>로 흘러간 문서 일부를 구했고, 이 문서들을 ‘유출 관련 보고서’에 첨부해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보고서는 ‘유출본 회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첨부한 유출 문서는 A4 100장 안팎 분량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계일보>는 최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정 비서관에게 유출된 문건들을 전달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정 비서관은 “박 회장으로부터 어떤 것도 전달받은 적이 없고, 박 회장과 접촉한 적도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는 정 비서관에게 유출 문건을 전달한 사람이 박 회장이 아니라 조 전 비서관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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