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노란 리본' 달고 미사 집전
유족 "세월호특별법 제정 도와달라", 교황 "기억하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당신의 평화 안에 맞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며, 형제자매들을 도우려고 기꺼이 나선 이들을 계속 격려해 주시길 기도한다"며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사 직전 제의실(祭衣室)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단원고 생존학생 10명을 만나 한명씩 모두 안으면서 10여 분간 위로했다.
세월호 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은 이날 미사 뒤 기자회견에서 "교황님께 '지금까지 진실을 은폐한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에게 힘을 줬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에게 어떤 고초가 닥칠지 몰라 두렵다. 그때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다. 죽은 아이들을 살릴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왜 죽어갔는지 이유는 알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래야 죽어서라도 아이들을 떳떳하게 볼 수 있다. 특별법 제정에 정부와 의회가 나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씀드렸고 단식 중인 고 김유민군 아버지 김영오씨를 광화문 미사 때 안아달라고 했다"며, 이에 교황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고 전했다.
'2천리 도보순례'를 한 김학일 씨도 "제의실에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함께 미사를 집전해 달라"고 교황에게 부탁했고, 교황은 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김씨는 또한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일씨가 매고 걸었던 ‘세월호 십자가’는 미리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에게 전달됐으며, 유 주교는 십자가를 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된 제의실에 가져다 놨다. 교황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은 교황에게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유가족의 사진이 든 앨범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는 영문 편지를 전달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 2명도 영어와 스페인어로 쓴 편지를 전했다.
유가족은 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달라는 뜻에서 교황에게 노란 리본을 선물했고, 교황은 면담 이후 진행된 미사에 유가족이 준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나왔다.
김병권 위원장은 "교황님이 우리를 만날 때 세월호 리본을 달고 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가 힘들고 가야 할 길이 많은데 그걸 보면서 힘들어도 참고 유가족들과 더 나가야겠다는 걸 느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세월호 유족 600명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참석해 또 한차례 교황과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