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도 서울광장 분향소에 중고생 운집
<현장> 학생들 "어른들 미안하다고만 하고 무책임"
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 중인 안산 고잔고 2학년 조은별 양은 "우리 학교에 계시다가 단원고로 옮겨간 선생님이 2학년 선생님이고, 친구들도 많이 죽었다"며 "단원고에 같은 중학교 출신도 있고 친구의 친구도 있다. 네 명 중 한 친구는 맨 처음에 죽었고 셋은 배 안에 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빨리 구조됐으면 좋겠는데 저렇게 시간을 끄니까 아쉽다"고 말했다.
조 양은 "시험기간이라 끝나고 바로 자원봉사를 하러 서울에 왔다. 학교가 오전 11시에 끝나니까 밥먹고 오후 1시에 도착해서 지금까지(오후 8시) 계속하고 있다"며 "안산은 자원봉사를 모집하지 않고 서울만 하더라. 1365 자원봉사센터에 전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용산공고 1학년인 박모 군은 이날 분향을 마친 뒤 본지와 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되어 만나보기도 한 사람이 돌아가셨다. 안산까지 갈 시간이 없어서 여기로 왔다"며 울먹였다. 박 군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해 "모두가 다 잘못됐다. 총체적으로 하나씩 어긋나니까 결국 터지게 된 것"이라며 선장 및 선원, 관계당국을 원망했다.
중앙대사대부고 3학년인 김모 군은 "시험이 오늘 끝났다. 시험 끝나자마자 바로 왔다"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들이지만 너무 화가 난다. 어른들이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계속 우리 다음 세대에서 바꾸라는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김 군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은데 학생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과연 우리 세대가 바꿀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며 "어른들처럼 말로만 하고 싶지는 않고 실천으로 옮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표명에 대해서도 "총리가 자기가 다 책임을 맡아 물러나겠다는데 바보같다, 말도 안된다. 그 책임을 어떻게 혼자서 다 맡나"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자기가 책임을 맡고 여러가지 할 생각은 안하고 너무 총리한테 이 사건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를 보면서 언론, 정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고 불신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 봉원중 2학년인 박모 양은 사고 이후 구조 과정에 대해 "구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구한 사람도 어부들이고 그렇게 (구조 당국이) 지켜보고 대책에 많이 힘을 안 쓴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양은 세월호 선장에 대해서는 "선장이 말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옷 갈아 입을 시간에 말을 조금만 더 했으면 다는 아니라도 몇 십 명은 더 구했을 것"이라며 "안타깝다. 친구들도 선장의 책임이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3시 합동분향소를 연 이래 28일 오후 7시 현재까지 1만8천명의 조문객들이 다녀갔다. 비가 오는 중에도 40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고, 2분에 30여명씩 분향을 마쳐 이날 중으로 2만명 넘게 조문할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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