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감소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뒤쫓아"
국회예산정책처 "중국이 무섭게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1일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법인세수 환경'이란 보고서를 통해 내린 진단이자 경고다.
"세수 감소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뒤쫓아"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이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낮아지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면서 세수규모가 장기간 감소했다.
일본의 세수총액은 1990년 60조1천억엔을 정점으로 계속 낮아지면서 2012년에는 42조6천억엔에 그쳤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규모 하락세가 뚜렷했다.
일본정부는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자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율인하 정책, 재정지출 및 복지 확대정책 등을 취했고, 그 결과 1990년 초반이후 일본의 재정수지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공채발행이 급증(국가부채비율 급등)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우리나라에서도 MB정권이후 지금까지 목격되는 현상이다.
"IMF사태 이어 글로벌금융위기후 성장궤도 또 한단계 하락"
특히 올해 세수환경은 최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총 세수는 351조원으로 본예산 대비 21조6천억원이 부족하고, 추경예산 대비로는 9조8천억원(-2.7%)이 부족할 전망이다.
올해 세수환경이 악화된 것은 무엇보다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악화, 법인세 감면에 따른 법인세수 부진에서 기인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급속한 쇠락세가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중 법인세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3%, 현대자동차는 9%였다. 이 두 기업을 제외한 여타 기업의 상반기 법인세 납부는 전년동기 대비 29.9%나 격감했다.
보고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경제는 과잉부채, 과잉투자, 과잉고용 축소 등 구조개혁의 부작용으로 성장세가 약화된 데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환경이 악화돼 국내경제는 또다시 성장궤도가 한단계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가 사실상 '2차 외환위기'에 비견할만한 구조적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다.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수출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을 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제고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도 수출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기 어려운 요인"이라며 그 근거로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하락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점유율의 경우 10.3%(2000년)에서 9.2%(2012년)로 하락했다. 미국시장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3.3%에서 2.6%로 낮아졌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이 일본을 추월하는 속도보다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축소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내수경제에 대해선 더 비관적 전망을 했다.
보고서는 "내년이후 내수 매출은 수출 매출에 비해 회복속도가 더 완만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지연에 따른 소득여건 개선 완만, 가계부채원리금 상환부담 가중, 부동산경기 침체, 수입확대로 인한 경쟁 격화, 고령화 저출산,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 악화 등으로 내수의 낮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계 기업들, 나날이 악화 추세에 있어"
보고서는 특히 최근 심각한 이슈로 급부상한 '한계 기업'들의 앞날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하며 이들이 한국경제에 심각한 뇌관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에 대해 "교역량 위축으로 조선, 해운, 운송업종의 수익이 크게 악화된 상태이고, 중국의 성장방식 전환(양적 성장→질적 성장)으로 철강 및 소재업종의 수익성도 둔화되는 양상"이라며 "국내적으로도 소득환경 악화 및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업과 생활관련 서비스업종, 부실채권 증가로 금융업의 수익성도 동시에 악화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예로 지난해 500대 기업의 업종별 영억이익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IT(전자)업종만 68% 증가한 반면, 조선 및 중공업은 48.2%, 석유화학은 50.8%, 통신 28.3%, 건설 13.0%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하위 기업의 전반적 실적 부진은 이들 기업의 신용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기업과 금융간의 연계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금융권 동반부실화에 따른 신용경색을 우려하면서 "내년이후 완만한 국내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군의 부실 위험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 및 법인세수 징수 환경은 조기에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앞날을 어둡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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