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개발자들 "1년동안 4천시간 근무하기도"
<현장> "사람 기름을 미친듯 쥐어짜는 것 같아"
대기업 계열사, 공공기관 등의 하청업체 개발자로 일했던 이모 씨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증언대회에서 "원청 대기업 사업팀장에게 '하루 12시간 근무정도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사업팀장이 '개발자는 낮에는 업무하고 밤에는 코딩을 하는 24시간 코딩기계가 돼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어차피 이 분야의 초과근로는 관행적으로 공짜니까 사람기름을 미친듯이 쥐어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씨는 자신의 14년 개발자 경력 중에서 "파견을 나가는 프로그래머 생활을 했던 경우가 무엇보다도 힘들었다"며 "쏟아지는 일도 일이지만, 원청사 직원들과 자회사 직원들의 하청사 파견직들에 대한 시도 때도 없는 즉시 업무처리 요구, 협력과 시스템의 개선이란 보이지 않는 일방적이고 비효율적인 관계, 난해한 업무요구를 하고는 프로그래머의 소양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인간적 대우를 하는 업무시스템이 정말 참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일전 일들의 트라우마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무조건 읍소를 하게 되며, 남에게 저주의 말을 들을까 걱정을 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2007년 11월 64kg이던 체중이 개발자 일을 그만두던 2011년 5월에는 52kg으로 지속적으로 줄었고, 손발저림 및 놀람, 소화 및 배변장애, 만성피로, 불면증 등의 장애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농협정보시스템 전직 개발자 양모 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약 2년 반 동안 농협정보시스템이란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SI시스템 개발 업무를 하며 근무하는 동안 연간 약 4천시간을 넘는 과로에 시달렸고 2년 반 동안 8천시간을 넘게 근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이유로 폐렴진단을 받고 호흡기 내과에서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으나 항생제가 전혀 듣지를 않았고, 결국 흉부외과로 전과되어 오른쪽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며 "과로하기 전에는 어떤 병력도 없었고 건강한 몸이었으나 농협정보시스템에서 2년 반 동안 살인적인 과로에 시달린 이후 바로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농협정보시스템은 오히려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 붙이고, 인사팀에서는 폐를 잘라내고 요양하는 기간 중에도 삭감된 연봉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고, 서명 안하자 월급 안주겠다고 인사팀장은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농협의 프로젝트 운영은 그야말로 막장이다. IT 업계에서 농협은 3대 막장의 '탑 오브 탑'"이라며 "불가능할 정도로 단축된 프로젝트 기간, 참여한 정규, 외부 직원들의 살인적인 야근으로 모든 개발자 들은 농협 프로젝트의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항상 망가져 왔고 수많은 버그를 가지고 동작하고 있다. 이유없이 다운되는 농협전산망의 한 가지 원인은 이러한 막장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야근 및 초과수당에 대한 미지급 임금을 받기 위해 농협정보시스템과의 3년간 소송끝에 지난 2월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준비모임 대표는 "중소개발업체, 소위 벤처회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회사 자체의 자본이 매우 취약해 기본적으로 업종 평균 임금수준보다 낮은 조건으로 회사와 함께 모험을 하게 되지만, 고용계약에서 야근이나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해 포괄임금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철야등의 과노동에 대한 대가를 전혀 받을 수 없다"며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왔지만 이젠 고쳐져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개발환경개선위원회의 이재왕 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공장 조립라인의 근로자나 건설근로자들처럼 취급되고 있다"며 "공장조립라인처럼 소프트웨어개발도 늦게까지 일하면 생산량이 증가한다고 생각하고 기업에서는 공공연하게 야근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개발자들을 함께 일하는 파트너나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사업의 목적을 위해서 언제든지 희생할 수 있는 부품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최소한의 일정과 비용만을 책정해놓고 업무량을 마음대로 늘리거나 변경하며 이것에 대한 대가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개발회사로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며 "결국 개발회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개발자들에게 늘어난 업무를 던져주고 돈 안드는 야근을 독려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개발자들이 정상적으로 퇴근이라도 할라 치면 공공기관에서 할 일이 많은데도 일찍 퇴근한다고 난리"라며 "또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개발자들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인격적인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개발자들에게 회자되는 유명한 3대 악성 사이트인 KT목동, 농협, 한전이 모두 공기업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IT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대기업-대기업계열SI업체-중소업체-인력파견업체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 및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이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며 개발기간과 개발비용 모두 발주시의 2분의1에서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고 개발자 중 상당수는 말단 영세업체에 고용된다. IT업계의 하도급 문제는 건설업계보다 더 심각하다"며 "현행법에 도급 및 하도급 관련 규율사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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