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빗속에 수km 추모객 인산인해
<현장> 건호씨 "아버지 마지막 모습. 비통함 가눌 길 없어"
봉하마을 곳곳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노란 바람개비와 노란 풍선, 추모글이 내걸린 리본이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을 따라 길게 매달려 있다. 또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노 전 대통령의 육성 녹음과 생전 즐겨 불렀던 <상록수>가 울려 퍼지는 등 추모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노무현 재단측과 경찰은 교통혼잡을 우려해 봉하마을 입구에서부터 승용차 진입을 통제했고, 추모객들은 차에서 내려 추도식장까지 우산과 우비를 쓴 채 수킬로미터를 걸어가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봉하마을 현지에 도착한 추모객들은 고인의 묘역 옆에 설치된 임시분향소에서 길게 줄지어 헌화를 하고 있다.
오후 2시 공식 추모제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서 추모법회가 열렸다. 김해사원연합회 주최로 열린 이날 법회에는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스님이 추모 법문을 읽고,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인 송기인 신부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추모법회에 이어 오전 11시 30분부터는 봉하 마을회관 앞 광장에서 노무현 시민학교 합창단의 공연과, 목포 민예총 추모공연, 경남 이주노동자연대 연주단의 추모공연 등이 이어졌다.
방송인 김제동 씨의 사회로 진행된 오후 '서거1주기 공식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를 포함한 유족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와 함께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친노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 안희정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이광재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등 친노 범야권단일 후보들이 빠짐없이 모두 참여했다.
여권에서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여권인사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야권인사들도 참석했다.
추도식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도종환 시인의 추도사 낭독,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묘역 헌정사 낭독,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의 시민 추모글 대독의 순서로 진행되며, 건호 씨가 유족 대표로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겸한 추도문을 낭독했다.
건호 씨는 이날 추도문을 통해 "아버님의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시기 위해 멀리 이곳 봉하마을까지 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어머니와 유족을 대신하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추도식에 직접 오시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추도의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는 "1년 전 오늘을 돌이켜보면, 비통함을 가눌 길이 없다"며 "검찰로 향하던 버스를 타시기 전 카메라 세례를 받으시던 모습, 마지막으로 잡초를 뽑으시며 허리를 펴시던 모습, 그리고 저 부엉이 바위와 가시기 전 마지막 모습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생생하지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비극의 기억이 있다"고 울분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그러나 그날의 비극보다는, 당신이 걸어오셨던 길, 당신이 걷고자 했던 길을 기억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며 "오늘 완공된 이 묘역을 그런 밝은 광장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해 주셨다. 또 많은 국민들께서 당신이 추구하던 가치를 추모의 념으로 담아 박석으로 남겨 주셨다. 그 모든 분들께, 그리고 비통함과 슬픔을 함께 해주셨던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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