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극히 부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따라서 환율에 기댄 실적을 근거로 경기 회복을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최근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위기에도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을 보였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기업에 비해 낮았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경제전문 포브스지(誌)가 선정한 2천 개 세계적 업체 중 2007년, 2008년의 실적 자료가 있는 1천243개 비금융기업을 분석했다. 한국 기업은 비금융기업 44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환율이 반영된 자국 통화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07년 13.2%에서 지난해 24.3%로 약 2배 높아졌다. 지난해 원화 약세로 환율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엔화가 강세를 나타낸 일본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6.9%에서 0.5%로 떨어졌고 미국은 8.5%에서 7.8%로, 유로지역은 7.3%에서 5.4%로 각각 하락했다.

반면 환율 요인을 제거한 달러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역전된다. 일본의 매출증가율은 5.6%에서 14.4%로 크게 높아지고 유로지역은 17.0%에서 13.1%로 소폭 하락했으나 한국은 16.4%에서 5.1%로 급락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7.2%에서 지난해 6.2%로 소폭 하락했지만, 순이익은 4.4%에서 2.1%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환율 상승이 영업이익에 도움을 주지만, 외화환산손실이나 외화평가손실 등을 확대해 순이익에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기별로 보면 환율 효과가 더 뚜렷해진다. 작년 4분기 한국 기업(39개사 기준)의 매출증가율은 원화 기준으로 13.4%로 `선방'했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23.2%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다.

세계적으로도 환율에 따른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0.5%로 미국(7.8%)과 유럽(5.4%)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일본, 유럽, 미국 순으로 순위가 뒤바뀐다.

연구원은 "작년에는 환율이 하락하면서 기업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앞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실적은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에도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은 없다고 평가했다. 예상보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절대적인 성장성이나 수익성은 작년 4분기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기업 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간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경쟁은 심화할 것"이라며 "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가계 구매력이 위축됨에 따라 올해 실적은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전자,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업체의 실적이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대체로 우리의 주력 수출품이라는 점에서 세계경제 부진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