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넘어가자"는 3가지 위험 징후
<뷰스 칼럼> "지금 재건축 사도 3억 벌어" "환율하락 막아야"
LG경제연이 '환율 효과'를 빼고 보니,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 연구결과는 버블세븐 지역에 다시 거품 조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결같이 전하는 메시지는 "착각은 금물"이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철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이번 세계위기의 근원인 '거품'이 다시 생겨나도록 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위험한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읽히고 있다.
한 경제신문 "지금 개포 재건축 사도 3억 벌어"
한 유력경제신문은 11일 최근 서울시가 재건축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허용한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을 행한 것을 계기로 한 건축사무소에 의뢰해 행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를 기사화했다.
기사의 요지는 "저층인 개포 주공1단지는 금융비용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일부 평형은 현재 가격에 매입 시 최고 3억원 정도까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는 것.
기사는 "개포 주공 1단지는 115㎡를 배정받을 수 있는 43㎡를 현재 가격인 7억3천만~7억4천만원에 매입한다고 가정해 보면 현재 단계에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재건축 전문가들은 추가부담금이 2억5천만원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결국 현재 매입가와 향후 부과될 추가부담금을 합한 총 매입금액은 9억8천만~9억9천만원 선이 된다는 말이다. 현재 동일 평형의 주변 시세는 13억원 선. 총 매입금액과 3억원가량 차익이 생기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올 들어 강남권 재건축은 수직폭등, 이미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발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마당에 지금 재건축에 투자해도 3억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는 보도는 "부동산 불패신화는 영원하다"는 외침에 다름 아니다.
"수출 위해 환율시장 개입해야"...전기-가스요금은 인상
지난 주말인 8일 이윤호 지경부장관과 경제연구소장들이 함께 만났다. 정부에 대해 각종 주문이 쏟아졌으나, 가장 눈길을 끈 요구는 수출을 위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아달라는 거였다.
일부 언론들도 뒤를 이어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필요성을 역설하며, "차제에 외환보유고를 쌓아야 한다"는 그럴듯한 또하나의 명분을 덧붙였다.
이들 주장만 보면, 별로 문제될 게 없어보인다. 그나마 지금 한국경제를 버팅기는 것이 환율 효과에 기댄 수출뿐인데 수출을 위해선 환율 급락을 막는 게 필요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1일 김영학 지경부 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에 전기-가스요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환율이 급락해 인상 요인이 소멸되고 있는 데 왜 요금을 올리려 하냐고 반문하자,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면에 국제유가는 오르고 있어 요금을 인상할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군색한 해명을 했다.
정부가 이미 더이상의 환율 하락을 막아 수출기업들을 지원하면서, 희생은 국민들에게 전가하기로 결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환율 하락 방어를 통해 수출기업들이 그만큼 득을 보면, 반대편 국민과 내수기업은 그만큼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하나, 걱정되는 건 정부가 환율 방어 목표선을 상정할 경우 또다시 외부세력의 공격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환율 방어선은 그것이 위든, 아래든 공격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라진 대기업 이름들...힘없는 기업들만 공개?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경제부처 책임자들은 지난주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천명했다. 만시지탄이나 제대로 받은 방향성이었다.
그러나 지난주말 채권단은 희안한 결정을 했다. 45대 대그룹중 11개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구조조정에 착수하되, 이들 기업의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한 것이다. 채권단의 이같은 조치는 앞서 건설, 조선을 대상으로 한 2차례 구조조정때 문제 기업들의 실명을 공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실명 공개시 해당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혼란이 일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나, 지금보다 연초 시장이 더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물론 채권단이 실명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시장은 이미 어떤 기업들이 포함됐는지를 다 알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 실명 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역시 대기업에게는 약하다" "이런 식으로 하는데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겠냐"는 불신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얼마 전 앞으로 1년내 부도날 확률이 50% 이상인 미국 굴지의 2백여개 대기업 리스트를 발표했던 것과도 확연히 비교되는 대응이다.
최근 읽힌 세가지 '위험 조짐'은 아직까지 정부나 기업, 언론 등이 "적당히 넘기자"는 암묵적 합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걱정을 갖게 한다. 특히 한국은행이 11일 지난 3월에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평잔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폭증, 3년 7개월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부동자금 급증에 강한 우려를 제기한 직후여서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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