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유임', 최악의 경제위기 해법
<뷰스 칼럼> 강만수 앞세워 어떻게 '국민고통 분담' 호소?
여-야, 보수-진보가 한목소리로 경질 요구했건만...
'강만수 유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경제-정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잘못된 환율정책의 책임을 물어 대신 최중경 차관을 경질했다고는 하나, 잘못된 환율정책의 책임자는 어디까지나 강 장관이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그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으로 꼽힐 때부터 말이 많았다. IMF사태때 재경원 차관으로 IMF사태 책임자중 한명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의 발탁 배경을 놓고 '소망교회' 얘기가 많이 나왔고, 이명박 초대정부에 '고소영 내각'이란 치명적 닉네임이 붙은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강 장관은 취임후 시대착오적 '환율 주권론'을 외치면서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는 전문가들이 유가 폭등 등 국제환경 악화로 고성장이 힘들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6~7%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변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환율정책을 펼쳐 900원대 초반의 환율을 1020원대로 수직상승시켰다. 이를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고 구두개입을 수시로 해댔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한국의 '나홀로 고환율'이 가뜩이나 심각한 물가불안을 이중삼중으로 심화시킬 것이라 경고했으나 마이동풍이었다.
이 과정에 물가폭등으로 국민의 등은 휘어지고,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예상치 못한 정반대 고환율로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환차손을 입었으며, 내수경기는 급속 침체했고, 수입기계값 폭등으로 대기업들은 투자를 축소했다. 떼돈을 번 쪽은 국제환투기 세력뿐이었고 극소수 수출대기업이었다.
그러다가 물가폭등으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하자, 이번에는 정반대로 물가를 잡겠다며 연일 외환보유고를 허물어 시장에 달러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강만수 경제팀은 잘못된 고환율 정책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었으며 당위성만 강변했다. 강만수 경제팀의 사전에서 '반성'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야당들과 다수 국민들은 '강만수 경질'을 촉구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대다수 보수언론도 강력히 '강만수 경질'을 촉구했고 한나라당-청와대내 상당수도 '강만수 경질' 없이는 민심수습이 어렵다는 직언을 했다. 여야, 진보-보수가 '강만수 경질'에 관한 한, 구분없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초유의 현상이다. 하지만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믿음'은 요지부동이었다.
"대단한 심줄고집...전두환식 경제정책 신호탄인가"
강만수 유임 소식을 접한 뒤 세간에서 나온 이 대통령에 대한 한결같은 반응은 "대단한 심줄고집"이라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이 여전히 말뿐이 아니냐는 회의가 급속 확산되고 있다.
세간의 더 큰 우려는 이 대통령의 '경제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제3차 오일쇼크"로 규정했다. 하지만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의 최근 실증 분석결과 "'거꾸로 환율정책'으로 일본-대만보다 물가를 3배나 폭등시킨 책임"이 있는 강만수 장관을 이 대통령이 철통방어했다는 사실은 이 대통령의 경제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세간의 일반적 평가다.
이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지금 위기를 "3차 오일쇼크"로 규정한 뒤, 1980년대초 2차 오일쇼크때와 정부가 취했던 것과 같은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두환 신군부가 당시 취한 비상조치의 핵심은 '임금 동결'과 '파업 금지'였다. 이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을 '강만수 경제부총리'로 승격시키려는 것도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되고 있다.
파국적 경제위기때에는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2008년 지금 와서 1980년 신군부 시절과 같은 임금동결이나 파업금지라는 해법을 꺼내드는 것도 시대착오며, 더욱이 잘못된 환율정책으로 물가를 폭등시킨 주역을 앞세워 이같은 대책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1997년 환란때 국민들은 무능한 관료들이 초래한 '관료 망국'에 치를 떨면서도 우선 국가부터 살리자며 장롱속의 금붙이를 꺼내들고 은행 창구에 길게 줄을 섰다. 세계를 이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하고 경탄하며 한국의 부활을 예견했었다. 하지만 지금, 물가를 폭등시킨 강만수 경제팀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에게 또다시 고통 분담을 호소할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문가지다. 돌아오는 건 '차가운 냉소'이고 '격렬한 저항'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운하 부활 서곡인가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강만수 장관이 최근 한반도 대운하에 강한 미련을 드러낸 대목을 주목하며 대운하 부활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3차 오일쇼크'에 따른 '내수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대운하라는 토목공사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급속확산되고 있다.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운하주가 연일 상한가 행진을 하는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종교계 일각에선 '강만수 유임'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후 분출하고 있는 종교적 갈등과 불신이 더욱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천주교 보수원로인 정의채 몬시뇰은 최근 평화방송과 인터뷰에서 "고소영 내각에서 '고'(고대)와 '영'(영남)은 빠졌는데 왜 '소'(소망교회)는 그대로냐"는 뼈있는 힐난을 한 바 있다. 비개신교 종교계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밑바닥 인식을 드러낸 발언으로, '강만수 유임'으로 이런 불신은 더욱 심화될 위험성이 커졌다.
지금 우리경제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한 '3차 오일쇼크' 이상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이때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가지도부의 '리더십'이다. "나를 믿고 따르라. 그러면 힘들더라도 반드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절대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강만수 유임'이 안타까운 것은 가뜩이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있는 이 대통령이 모처럼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있다. 과연 각료들의 일괄사표를 받아놓고 무려 한달 동안이나 이 대통령이 왜 장고했는가가 의심스런 결과물이다. 세간에서 '태산명동 서일필'이란 독설적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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