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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장, 한-미 FTA에 '사실상 반대'

"현재로선 한국, 득보다 손해" "아직 정치생각 없어"

한국의 대표적 경제석학인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 체결에 반대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26일 <한겨레>에 따르면, 내달 16일 총장직 퇴임을 앞두고 있는 정 총장은 지난 15일 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규모가 20배에 가까운 미국 경제와 합쳐졌을 때 현재로선 미국이 더 큰 득을 볼 가능성이 많고, 한국은 득이 아니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총장은 “한국 경제에서 미국의 위치가 미미하다면 해볼 수도 있지만, 현재 한-미 경제관계가 깊은 관계인데 두 경제를 섣불리 합치는 건 위험해 보인다”며 “두 시장 통합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도 없는데 정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무역이 좋다는 건 경제원론 책 어디든 있지만 책 뒤에 가면 문제점도 있는데 (시장 통합을 서두르는 건) 책을 마지막까지 안 읽어보고 쉽게 가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정 총장은 “신자유주의는 극단적인 자유방임을 신조로 하는 영미의 이데올로기이며 강자 독식의 사회적 다윈주의”라고 규정한 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종하는 참여정부가 소득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사전에는 분배정책이란 없다”고 신자유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총장은 이렇듯 한-미 FTA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밝히면서도 대학교육 개방에 대해선 "더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총장은 '사상-종교-예술-문학은 될 수 있으면 국제적인 것이 좋지만 물건(공산품)은 될 수 있으면 좋다'는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을 인용하며, "지나친 말이지만 역시 물건 만드는 건 노동-고용과 직접 관계가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며 "하지만 특히 대학은 상당히 개방돼야 한다. 대학이야말로 외부 충격을 안 받는 곳이다. 구조조정을 확실히 해서 일부 대학은 문 좀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내달 퇴임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정치 진출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과 관련, "아직 정치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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