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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가 동반폭락, '유동성 거품' 파열

인플레 위협에 낙관론 동시붕괴, 한국은 '더블 딥' 진입 우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및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 뉴욕증시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등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유가가 마침내 세계증시에 가뜩 끼었던 '유동성 거품'을 터트리기 시작한 양상이다.

다우지수 3년2개월만에 최대폭락, 나스닥지수 7일째 하락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대형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14.28 포인트 (1.88%)나 폭락한 1만1205.61을 기록했다. 이날 다우지수 하락폭은 지난 2003년 3월 이후 3년2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며, 하락률로는 지난 1월 이후 최대였다.

정보기술(IT)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3.33 포인트 (1.50%) 떨어진 2195.80으로 7일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사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22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이래 6개월만에 처음이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도 21.77 포인트 (1.68%) 하락한 1270.31로 마감했다.

이날 주가폭락의 기폭제가 된 것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고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4월 CPI가 0.6%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 0.5%를 웃도는 수치였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CPI 역시 주거비용 증가로 0.3% 올라 월가 전망치 0.2%를 상회했다. 의복, 의료,교육비 등도 핵심 CPI 상승요인이었다. CPI는 1월 0.7% 오른 이래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고, 핵심 CPI는 2개월 연속 0.3%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올해 1월~4월까지 CPI는 연율로 환산할 때 5.1%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보다 크게 높았다. 핵심 CPI 역시 올들어 지금까지 3.0% 상승, 전년 동기의 2.2%를 상회했다.

예상을 웃도는 CPI 및 핵심 CPI 상승은 FRB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이날 뉴욕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로 금리 민감주들이 두드러진 낙폭을 보여 증권업(XBD)이 2.9% 급락했고, 은행업종(BIX)이 1.8%, 유틸리티(DJU)는 1.9%, 주택건설업(HGX)은 2.3% 하락했다. 올들어 상승행진을 펼쳤던 운송업종(DJT)도 2.7% 급락했고,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항공서비스 업종(XAL) 역시 2.2% 떨어졌다.

특히 최근 국제원자재값 폭락의 여파로 소재와 산업재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알코아(AA)가 4.4%, 보잉(BA)은 3%, 듀퐁(DD)은 2.1%, 하니웰(HON)은 2.4%,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UTX)는 1.8%, 엑손모빌(XOM)은 2.9% 하락했다.

S.W. 바흐사의 피터 카디요 수석 시장분석가는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오늘 소비자물가지수 보고서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고 전했고, 팬 아고라의 CIO 에드 피터스는 “지난 1년 내내 인플레이션과 금리정책 전망에 대해 시장이 지나친 낙관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일본-한국도 대폭락

인플레 공포감은 즉시 전세계로 감염돼, 유럽 주요 증시 역시 3% 안팎의 폭락세를 보였다.

주가 폭락에 한 증권사 객장의 고객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증시의 FTSE100지수는 170.70포인트(2.92%) 하락한 170.70으로 장을 마감했다. 독일 증시의 DAX30지수는 199.20포인트(3.40%) 떨어진 5652.72를, 프랑스 증시의 CAC40지수는 161.38포인트(3.18%) 내린 4920.31을 각각 기록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8일 개장직후 전날보다 2.04%(332.79포인트) 급락한 15,974.88을 기록하며, 지난 3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16,000선이 무너졌다.

우리 증시도 쇼크상태에 빠졌다. 개장직후 투매물량이 쏟아지면서 거래소 코스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40.71포인트(2.90%) 폭락한 1,360.76로 개장한 이래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과 경기선인 120일선을 차례로 하향 이탈했다. 코스닥 역시 15.38포인트(2.29%) 급락한 655.86로 개장했다.

결국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6.32(2.59%) 급락한 1,365.15, 코스닥지수는 20.34포인트(3.03%) 떨어진 650.90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4번째로 큰 하락폭을 나타냈으며 지난 11일 1,464.70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5거래일 동안 6.8% 추락했다.

'유동성 주식거품' 파열 시작

이같은 세계적 주가 폭락은 이미 오래 전 예고된 것이었다. 살인적 고유가로 인플레 압력이 거셈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세계증시는 과잉 유동성에만 의존해 낙관론으로 일관해왔다. 국내 또한 고유가와 원고(高)로 기업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만 바라보며 묻지마 투자로 일관해왔다.

이같은 낙관론이 일시에 무너지며 주가 대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주가 폭락이 인플레 우려에서 시작됐으나,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동반 침체국면에 빠져들 경우 디플레 국면으로 전환될 위험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강력부인하고 있는 '더블 딥' 위기에 우리경제가 격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함성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시장 뿐 아니라 이날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커짐에 따라 급락하는 등 해외시장에서도 경기둔화 우려감이 작용함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이 여전히 매도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투자전략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해외증시가 급락장세를 보임에 따라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환율하락이라는 이중 변수로 수출기업 및 대기업의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는 등 국내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및 기업의 비상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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