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상록수'의 '저항 음유시인' 김민기 별세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숱한 저항가요 생산. '학전' 통해 후학 양성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경기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미술에 몰두했고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다.
그는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가수의 길로 들어가 그의 대표작인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70년대 대표적 저항가요가 됐고, 1980년 5.18 광주민주화항쟁 때도 항쟁 시민들이 불렀다.
박정희 정권은 당연히 그를 철저히 탄압했다. 1971년 발표한 데뷔 음반 '김민기'는 출반 직후 압수당했다.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그의 노래들은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이에 맞서 그는 1977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상록수'를 작곡해 발표했고,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저항가요의 국민화에 기여했다.
그는 연극에도 활발히 참여해 1973년 시인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와 이듬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 참여했다.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시작으로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그는 군사정권 시절이 종식된 1990년대부터는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오염되지 않는, 그다운 외로운 길을 택한 것.
1991년 3월 15일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뒤로는 공연을 연출하며 고 김광석을 비롯해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을 배출했다.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2023년까지 8천회 이상 공연을 올리며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한국 뮤지컬계의 신화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난과 위암으로 '학전'은 개관 33주년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뒤늦게 그가 배출한 스타들이 후원에 나서며 '학전'을 유지하려 했으나, 그는 고사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24일 발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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