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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세계지수 과열 경보음, "경제가 미쳤다"

고유가-고금리에도 주가 폭등 거듭, 한국의 '미국 동조화' 위기 자초

최근 고유가와 금리인상, 세계경제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이상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MSCI 세계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주식거품이 파열 초읽기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MSCI지수, IT거품 당시 사상 최고치 경신. 올 들어 12.5% 급등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MSCI 세계지수는 349.06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세계증시가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당시 고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MSCI 세계지수 최고치는 IT거품 파열 직전인 지난 2000년 3월 27일 기록한 349.04였다. 올들어 MSIC 세계지수는 12.5% 이상 올랐다.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 증권이 지난 1986년에 인수한 캐피털 인터내셔널사를 통해 발표하는 지수로, 세계 증시를 포함한 경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하고 있다.

MSCI지수는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대상의 세계(선진국)지수, 아시아.중남미 등의 신흥시장 대상의 EMF지수로 구별되며, 한국시장은 EMF지수에 포함된다. MSCI지수는 각 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0%를 반영하는 종목을 선정해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달러 기준)을 합산해 산출하고 있다.

23개 주요 선진국가의 1천7백98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는 MSCI 세계지수의 경우 미국 증시가 MSCI 월드지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순이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경제 위기감이 심화됨에도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 거품파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다우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초읽기 등 급등장 이어져

그동안 세계증시는 저금리와 미국과 일본의 경제회복, 신흥강국인 중국과 인도 등의 견조한 경제 성장에 힘입어 2003년초 이래 상승장을 지속해왔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대체로 낮게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노동비용 증가 부담에서 벗어나 수혜를 누리면서 각국 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5일 1만1577.74로 6년래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날 1만1584.54로 장을 마감한 다우지수는 1.25%만 상승하면 2000년 1월 1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만1722.98을 바꾸게 된다. S&P500지수도 1325.27을 기록해 5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지난달 7일 1만7563.27엔으로 5년9개월래 최고점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30지수도 지난 5일 6113.29를 기록해 4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집계 결과 세계 42개국 대표 주가지수를 조사한 결과 올 들어 4월까지 사상 최고점에 도달한 국가는 22개국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메릴린치는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목표치를 기존 1만1300∼1만1500에서 1만2400∼1만2600으로 상향조정했다. 메릴린치는 S&P500 지수 목표치도 1350∼1400에서 1450∼1500으로 높여 잡았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증시가 계속 오를 것이며 채권 수익률을 능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클 오설리반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 연구원은 "현재 랠리와 기술주 버블 붕괴를 이끌었던 당시 증시 과열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기업 실적이 견조하다"며 "이는 IT버블 당시와는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가총액 비중이 낮은 기술주보다는 금융주, 석유주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업종이 증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미친 경제법칙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형적으로 세계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이같은 증시 과열이 거품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돈이 채권시장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내리는 게 정상적 경제법칙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같은 교과서적 경제법칙이 깨지면서 금리와 주가가 동반상승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제3차 오일쇼크'가 우려될 정도로 유가가 급등을 거듭,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개의치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근원은 과잉유동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9.11사태 발발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너무 큰 폭으로 내림으로써 너무나 많이 풀린 돈이 현재 부동산, 증시, 원자재시장 등 곳곳에서 넘실대며 범세계적 규모의 자산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미연준이 뒤늦게 금리를 올려 자금회수에 나섰으나 한번 관성이 붙은 거품 양산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 고전적 경제법칙에서 보면 요즘 경제는 미쳤다고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KT의 임원은 "한국증시의 미국 동조화가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증시의 경우 부시정부가 달러화 약세 정책을 취하면서 미국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해 주가가 오르나, 달러화 약세로 수출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 우리나라의 증시가 동반 급등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증시의 경우 M&A 장세 등으로 버티는 양상이나 고유가와 원화강세로 기업들의 수익구조가 극도로 악화된 '숫자'가 곧 발표되면 투자심리가 급랭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기업 실적 등 객관적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묻지마 투자 행태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다.

덴트 "앞으로 도래할 공황은 대공황보다 극심할 것"

월가의 유명한 바람잡이 중 한명인 해리 S. 덴트는 <도래하는 거대한 버블 붐>이라는 근저를 통해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왕성한 소비로 오는 2009~2010년까지 증시호황이 계속돼, 다우지수가 3만8천~4만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후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1920년대의 거세한 장세장은 마침내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인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는 2010~2022년 무렵까지 그 때와 비슷한 하락세를 맞이할 것이다. 그 하락세는 대공황 때보다도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주식폭락을 동반할 것이며, 역사상 가장 큰 경기하락이 될 것이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우리 세대에서는 주식시장이 2009~2010년 최고점 이후 다시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며, 2023년에서 2040년초나 돼서야 새로운 상승세를 맞게 될 것이다."

덴트는 이같은 세계공황의 도래를 예고하며 공황이 도래하기 전인 앞으로 몇년 동안이야말로 "이번이 우리가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호황기"라며 "당신이 이 기회를 이용해 큰 돈을 번 뒤 가능하면 앞으로 다가올 경제의 혹독한 겨울에 대비해 쾌적한 준교외 지역이나 휴양지로 이사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대공황 전야에 나타나기 마련인 '최후의 버블'을 공격적 부의 축적기회로 이용해, 대공황 후에도 안락한 생활을 즐기라는 투기선동에 다름아니다.

"경제가 미쳤다"는 전문가들의 탄식이 지나친 과장이 아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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