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세력은 24일 한국인 인질 23명 가운데 8명과 탈레반 포로 8명을 우선 맞교환할 용의가 있다며 다단계에 걸린 맞교환을 제안했다.

탈레반 "인질-포로 8명씩 맞교환하자"

탈레반 사령관을 자처하는 압둘라라는 인물은 AFP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힌 뒤 "우리는 아프간 정부에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 포로 8명의 명단을 전달했다"면서 "일단 그들이 석방되면 다른 탈레반의 명단을 보낼 것이며 같은 수의 인질들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 가운데 여성들부터 우선 석방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탈레반은 석방을 요구하는 8명의 죄수 명단을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전달했다고 현지언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가 아프간 정부 협상단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정부 관리인 와히둘라 무자디디는 "탈레반은 서로 다른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8명의 명단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이 자신들이 석방되기를 원하는 모든 죄수의 명단을 보내온 만큼 이번 문제가 조만간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 측 협상단 일원인 코와자 아마드 세데키는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제출한 포로 명단에 "논란이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고위급 포로 등의 석방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세데키는 탈레반 무장세력이 정한 석방협상 시한인 오후 7시(한국시각 11시30분)를 넘긴 직후 이같이 밝히면서 협상 시한은 다시 연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다른 요원은 독일 dpa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측이 석방을 요구하는 포로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데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질과 포로 맞교환 문제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탈레반측이 "몸값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선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석방 대가로 수백만달러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아프간 정부 "포로석방 안한다", 미국은 탈레반 맹폭격

그러나 탈레반의 이같은 다단계 맞교환 요구에 대해 아프간 외무부의 술탄 아마드 바힌 대변인은 AFP에 죄수를 인질들과 맞교환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입장은 전과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제마라이 바샤리 내무부 대변인도 아프간 내무부는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다른 각도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 탈레반측과 포로 교환 대신 금전적 협상을 진행중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미국도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 총공세를 펼쳐, 우회적으로 포로 석방에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연합군은 25일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진행된 미군 주도 연합군의 지상 및 공중 공격으로 최근 이틀새 탈레반 민병대 75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연합군은 23일 남부 헬만드 지역에 매복한 탈레반 민병대를 공습해 36명 이상을 사살했으며 인근 우루즈간 주에서도 칸다하르 주와 연결된 도로를 봉쇄하고 공습을 진행, 26명의 반군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반군으로 추정되는 13명도 칸다하르 주에서 사망했다고 아프간 군 당국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