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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유치 재수' 평창, 이번이 더 힘들다

푸틴 대통령 전면에 나선 러시아 소치, 최대 라이벌 도시로 부상

동계올림픽 유치 재도전에 나선 강원도 평창과 흑해연안의 휴양도시 러시아 소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현지실사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달 중순에는 평창과 함께 동계올림픽 '재수' 도전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짤쯔 부르크가 현지실사를 받을 예정이다.

우선 평창은 치밀한 현지실사준비를 통해 IOC 실사단으로부터 수준높은 프리젠테이션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당시보다 대회시설의 집중도에서 개선된 점을 인정받았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차원의 강력한 지원의지와 국민적인 유치 지지열기를 실사단에 확인시켜 줌으로써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름으로써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명분또한 재확인 시켰다.

푸틴 러 대통령, 동계올림픽 유치에 '올인'?

평창에 이어 현지실사를 받은 소치는 실사 첫 날부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직접 '스키쇼'를 펼치는 등 하룻동안 두 차례의 브리핑을 직접 진행함으로써 정부차원의 강력한 유치의지를 과시하는 한편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2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투입을 발표함으로써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소치 현지의 경기장 시설건립에 대한 실사단의 믿음을 심는데 주력했다. 또한 각종 이벤트를 통해 러시아가 전통적인 동계스포츠 강국임을 과시함과 동시에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가 한 번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지 못했음을 드러냄으로써 대회 유치의 명분을 강조했다.

다음달에 실사를 받게 될 짤쯔부르크는 우선 매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인지도 높은 도시인데다가 오스트리아가 벌써 두 차례의 동계올림픽을 치러본 경험이 있고, 상당한 수준의 경기장 시설 또한 이미 갖추고 있어 여러가지 면에서 우수한 유치환경을 지니고 있다. 실사단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 유력하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IOC의 현지실사는 유치후보도시의 현지 사정이 동계올림픽을 치르는데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그 결과 그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도시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물론 소치의 경우 현재 동계올림픽을 치를 기반시설과 인프라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나 아직 7년이란 시간이 있고 대회시설 건립을 위한 재원마련방안이 확인된 만큼 결정적인 하자라고 볼 수는 없다.

IOC 현지실사는 단순 참고자료, 동계스포츠 저변은 평창이 절대열세

동계올림픽 IOC 평가단이 1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공사현장을 방문해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평창-소치-짤쯔부르크로 이어지는 IOC 실사단의 현지실사는 오는 7월에 있을 과테말라 IOC 총회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도시를 결정하는 투표를 하게될 IOC위원들에게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수는 있어도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어라운더링> 등 올림픽 전문사이트와 전문가들은 평창의 유치가능성을 1위가 아닌 2위 또는 3위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짤쯔부르크나 소치에 비해 한국과 평창이 지닌 동계스포츠의 저변이 너무나 취약한 것이 결정적인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는 전통적인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서 동계스포츠에 대한 저변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두텁다.

러시아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최근 4차례의 동계올림픽에서 3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만 15개의 금메달을 따내 종목편중 현상이 심하고 스키 등 기타 동계올림픽 종목의 저변과 수준은 그야말로 일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개최국의 성적이 대회의 열기와 직결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이와같은 약점은 지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때도 지적이 됐던 부분이다.

따라서 대회의 시설적인 부분에서 3개 유치후보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동계스포츠 저변이라는 부분에서 평창은 확실한 열세에 있다.

'평화올림픽' 명분, 이번에도 IOC위원들 마음 움직일까?

결국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계스포츠 물적, 인적 인프라의 부족을 뛰어넘어 평창에 표를 던질 수 있는 요소를 확실하게 IOC위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그 결정적 요소는 결국 정치적 명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가 가능했던 이유도 냉전이 극에 달해 있던 당시의 세계의 정치질서와 무관하지 않았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이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보이콧으로 인해 '반쪽올림픽'으로 치러진 상황에서 1988년 올림픽 마저 정치이데올로기에 상처를 입게 된다면 올림픽이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당시 IOC위원들의 광범한 위기의식이 유치도시 투표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 사실이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모두 모여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은 올림픽의 이상을 실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명분을 IOC위원들에게 세워줄 수 있었고, 그 결과 서울올림픽 유치단은 경쟁도시인 일본의 나고야를 예상외의 큰 표차로 제치고 '바덴바덴의 신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전문가들도 올림픽 유치도시의 선정은 기능적인 판단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올림픽의 정신과 이상의 구현이라는 명분에 부합한다면, 그리고 그 명분에 IOC위원들이 수긍하기만 한다면 올림픽 유치경쟁에서 선두에 설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이라는 말인 셈이다.

지난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결정 1차투표 에서 평창이 과반수에 가까운 51표의 득표를 할 수 있었던 점도 한국의 분단상황을 잘 이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분단상황은 올림픽 유치에 있어 강력한 정치적 명분이자 무기다. 그러나 평창의 '평화올림픽'의 명분이 이번에도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동계스포츠 세계 최강국이면서도 아직 한 번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했던 러시아가 강력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러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계스포츠 최강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동계올림픽'이라는 명분은 평창이 지닌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평화의 동계올림픽'이라는 명분에 맞설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명분인 셈이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재도전하고 있는 평창이 지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때보다 더욱 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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