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한국 메르스, 국제비상사태 해당 안돼"
"한국 여행금지도 권고하지 않아"
WHO는 긴급위원회 이후 이날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메르스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긴급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되려면 질병이 국제적으로 퍼져서 다른 국가의 공중보건에 위험이 돼야 한다. 또 상황이 심각하고 평상시와 다르고, 예기치 못한 정도라서 감염국가의 국경 밖으로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쳐 즉각적인 국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어야 한다.
WHO는 "한국에서 메르스 발생은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면서 "이동이 많은 세계에서 모든 국가가 언제나 이처럼 예상치 못한 전염병 발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HO는 한국 지역사회 내에서 메르스 감염이 퍼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도 "앞으로 몇 주간 추가 감염사례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초기단계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지 않은 이들과 접촉한 사례 중에서 국외 여행을 통한 접촉이 있었던 사례가 나오면 타국에서 가능성을 신속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으로 최근 방한했던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면서 "높은 감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WHO는 한국에 대한 여행이나 교역 금지 조처는 권고하지 않는다며, 입국 시 검사도 지금으로서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확산한 주요 원인으로 의료종사자와 일반시민의 메르스에 대한 인식 부족, 병원에서의 전염 예방조치 미흡 등을 꼽았다.
아울러, 병원 응급실과 입원실이 꽉 차 있고 메르스 환자와 가까운 접촉이 많았던 점,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의 행동, 감염된 메르스 환자를 환자 가족이 직접 간호하고 문병객도 많아 2차 감염이 많았던 점도 메르스를 확산시킨 요인으로 봤다.
WHO는 "중동의 메르스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한국 사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에 주요한 차이점이 없었다"면서 "계속된 변이 여부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긴급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메르스를 인식한 뒤 확산을 막고자 기울인 노력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경로로 메르스가 전파되는지, 메르스 바이러스 변종이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작년 8월 WHO는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확산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WHO는 그러나 작년 6월과 지난 2월 개최된 메르스 긴급위원회에서는 메르스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결정했다.
메르스 감염사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에서 주로 보고됐지만, 여행자들에 의해 전 세계 적어도 25개국에 퍼졌다.
지난 2012년 6월 메르스 감염이 처음 보고된 이후 3년간 전 세계 사망자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453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이 이날까지 20명으로 2위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의 사망자가 10명이며, 영국과 독일에서 각각 3명이, 터키·프랑스·그리스·튀니지·알제리·말레이시아에서 각각 1명이 숨졌다.
메르스를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으며 WHO에 따르면 메르스 사망률은 35%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