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규제완화'가 의정부 참사 주범
서울 등 다른 지역 원룸 건물들도 위험에 노출
불이 나 다 타버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는 대폭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아 지어져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11일 이 아파트 건축물대장을 보면 2011년 9월 2일에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허가를 받았다. 2012년 2월 20일 착공했고 그해 10월 11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불이 번진 드림타운과 해뜨는마을도 2011년 허가받은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도입된 이명박 정부때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1~2인 가구와 서민 주거안정 대책의 하나로 공급이 추진됐다.
건물 간격이나 주차 공간 확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주거용 건물을 상업지역에서 지을 수 있게 했다.
내용은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과 같지만, 아파트로 이름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비해선 각종 안전 및 편의 시설 설치 의무가 대폭 줄었다.
상업지역이다 보니 일조권 적용에서도 배제돼 건물 간격이 최소 50cm만 넘으면 됐다.
10층짜리 '쌍둥이' 건물 형태로 지어진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은 간격이 1.5m 정도밖에 안 됐다.
이 사이 좁은 공간이 마치 연통 역할을 해 드림타운으로 불이 쉽게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외벽은 '드라이비트'라는 내부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단열재로 마감 처리됐다.
이 소재는 값이 싸고 시공이 간편해 많이 사용되지만 불에 약하다
도시형생활주택처럼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에는 방염 난연 외장재 처리 시공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번 화재는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길이 차량으로 옮아붙어 삽시간에 피해가 커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건물 1층 주차장은 늘 차들로 붐볐다. 88세대나 거주하지만, 주차장 면적은 작아 주차 시비도 잦았다.
특히 차량 화재가 바로 주거시설로 번질 수 있는데도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은 11층 이상의 건물이기 때문이다.
미국 방화협회(NFPA) 조사에 의하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에서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가 화재 확산을 막는 비율이 95%일 정도로 중요한 시설이다.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더라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이 남는 대목이다.
참사 다음날인 11일 오후 화재현장 인근에 있는 의정부의 19층짜리 다른 오피스텔에서도 불이 났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꺼진 일이 대비된다.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정부는 2013년 주택법 시행령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입지를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주차장 기준도 뒤늦게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이전에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과 서순탁 교수는 "일반적으로 주거지역을 설계할 때는 지진이나 화재 등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 사이에 공간을 두는 등의 규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상업지역에 지어져 규제가 완화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안전 취약성 부분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성과 편리성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스프링클러 설치, 외장재 방염 난연 소재 사용, 피난계단과 방화문 등 전반적인 안전시설 규정을 적절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방재 전문가들은 밝혔다.
주거용 건물이더라도 정기 소방검사를 하지 않고 소수만 표본 검사하게 돼 있는 법규 때문에 여러 해 동안 소방 검사나 점검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기는 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화재가 처음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해뜨는마을은 건물들이 말 그대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시에 따르면 가구 수를 모두 합하면 248세대나 된다.
불은 삽시간에 이 건물들로 번져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부상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150세대 미만의 국민주택규모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공급함으로써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사실상 최소한의 안전 빗장을 푼 결과를 낳아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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