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와서 열심히 일만 했고 업무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파리똥목숨만도 못한 비정규직이라고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게 너무 슬픈 일이다."

지난 해 9월 개교한 서울 동작구 상현초등학교에서 6개월 계약직으로 일했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A씨의 절규다.

학부모 청원에 의해 지정된 첫 번째 혁신학교로 이름을 알린 이 학교는 방학 중인 지난 달 28일 교내 행정전담사, 교무보조, 과학보조, 전산보조, 사서, 부진아강사, 돌봄감사, 조리원 등 이른바 '학교비정규직'으로 불리우는 학교 회계직 전원에게 문자로 재계약 거부를 통보했다.

6개월짜리 계약의 만료시한을 한 달 앞둔 일방적 통보였다. 이들의 재계약에 대한 재량권을 갖고 있는 교장은 문자로 통보하기까지 이들과 사전에 어떤 상의도 하지 않았다. 통보 후에도 해고된 직원들이 여러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명예퇴직을 신청한 이후 차일피일 미루며 계약 만료 기간만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교장에게 재계약 불가 사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명퇴를 앞두고 새로 오는 교장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 "새로 오는 교장에게 맡기겠다"는 명확치 않은 말들 뿐이었다.

A씨는 "우리에겐 일자리란 생계가 걸려있다. 아이가 있는 어머님들도 있으시고, 여기가 첫 직장인 기분 좋은 새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저희 모두 처음 이곳에 올 때는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왔다"며 "이제는 그런 꿈과 희망이 사라지고 없다"고 한탄했다.

전교조 서울지부와 상현초 분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학교의 행정적인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비정규직 선생님들을 해고하면 학기초 학교 운영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는 재계약 거부를 철회하고 이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된 데 이어, 연초 여야가 학교비정규직 호봉제 예산을 전액삭감하면서 논란이 일자 국회 교과위가 뒤늦게 계약해지 현황 및 해지 사유에 대해 전국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법적 보완이 미비한 현재로선 학교장 재량으로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인사가 좌지우지되고 있는 탓에 현장에선 대량해고가 계속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최근 전국 초중고 위(Wee) 클래스에서 일하는 전문상담사 969명과 학습보조교사 910명이 집단 계약해지를 당했다. 아직까지 교육부의 공식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재계약 기간인 연말, 연초 전국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하거나 해지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은 수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 교과위 소속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부가 처음으로 전국 실태조사를 벌이고, 장관도 해고를 막기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와중에 전방위적 해고가 일어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교육감 직고용 등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국회 차원의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