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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재개정 움직임에 시민단체 ‘허탈’

한나라당-사학, "개방형 이사제 폐지해야 진짜 재개정"

열린우리당이 지난 해 12월 몸싸움 끝에 통과시킨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법 시행 5개월만에 또다시 사학법 재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낸 사학법 재개정안은 '개방형 이사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친ㆍ인척의 사학 경영을 제한시켰던 기존 사학법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열린우리당은 1일 사학법의 핵심 조항인 ‘개방형 이사제’를 고치지 않는 대신 ▲사학재단 이사장의 친ㆍ인척도 이사회 2/3이상 찬성과 관할 교육청의 승인이 있을 때는 학교장 임명 가능 ▲재단 이사장이 재단 소속 학교장 겸직은 불가능하나 타학교 학교장이나 이사장 겸직은 가능 ▲학교장 임기 4년 중임 가능 등으로 고치는 사학법 재개정안을 발의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제6정조위원장은 “열린우리당 교육위 위원들은 김한길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의를 갖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학법 시행이후) 이 기간 동안 법을 둘러싼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으며, 사학법 통과와 맞물린 여야간 대치 정국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개정 사학법의 시행으로 교육자로서 명망과 덕망을 갖춘 사학운영자가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라며 사학법 재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여당의 사학법 재개정안 발의는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2007년도 예산안 ▲사법개혁 법안 ▲국방개혁 법안 등 민생법안과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날 사학법 재개정안을 발의한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오늘 사학법 개정안을 제출과 동시에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 처리에 즉각 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학국본 “노무현 정부의 유일한 개혁 성과물마저...”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재개정안 발의가 확정되자 지난 해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까지 이어나갔던 시민단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전국 8백6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는 “정부와 여당이 개혁을 표방하며 그간 추진해 온 성과 중 거의 유일한 사립학교법을 또다시 후퇴시키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집요한 재개정 요구에 대한 굴복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여당을 성토했다.

사학국본은 “열린우리당에서는 2년여를 끌어오던 사법개혁법안, 비정규직 관련 법안, 국방개혁법안 처리 등을 우려하며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요구 때문에 3천건에 달하는 법안들이 계류된 채 발목 잡혀 있어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지만 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사학국본은 비록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이 ‘개방형 이사제’를 손대지는 않았지만 이사장 친ㆍ인척의 경영 강화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여당을 강력 비난했다.

사학국본은 “사학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주요인 중에 하나가 바로 이사장의 친인척 측근으로 이루어진 학교 운영에서 비롯된다”며 “그래서 이사장의 직계 가족 교장 임용 재허용은 또다시 비리 집단에게 학교를 넘겨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이 날 여당의 사학법 재정안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노당 최순영 의원은 1일 “비정규 악법을 한나라당과의 밀실야합으로 날치기로 통과시키더니, 이제는 사립학교법까지 개악하겠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자포자기 정치 행위로 노동자의 삶이 파탄나고, 교육현장에 다시 독단과 전횡이 판을 칠 상황”이라고 여당을 성토했다. 최 의원은 “정치적 자살행위는 열린우리당 혼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재개정 시도를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사학국본에 참여하고 있는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은 사학법 재개정안이 발의된 이 날 부터 무기한 농성과 국회 앞 피켓 시위, 전국 16개 열린우리당 시ㆍ도 당사 항의 방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나라당-사학재단-한기총 “개방형 이사제까지 빼라”

반면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등은 여당의 사학법 재개정 방침에 환영하면서도 ‘개방형 이사제 폐지’ 없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늦었지만 한나라당의 요구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일부 손질한 사학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대해 일단 평가한다”며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따라 7일 정도 남은 정기국회 기간 안예 예산안까지 타결시키는 쾌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의 기존 당론(개방형 이사제 폐지)은 변함 없다”며 “남은 국회 기간 동안 재개정에 당의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ㆍ회장 윤종건) 또한 “개방형 이사제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은 재개정의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며, 개방형 이사제를 없애지 않는 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요식적인 행위”라며 개방형 이사제 폐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박종순 목사) 역시 1일 성명을 내고 “열린우리당이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소지를 인정하고 재개정에 나선 것은 뒤늦기는 했지만 다행스런 일이며 결자해지의 책임을 다해 주기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개악의 핵심이며 사립학교의 건학이념 구현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개방이사제’를 그대로 두는 재개정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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