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9.11 사태'인가...미국대사 등 4명 피살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만든 '이슬람 모욕 영화'가 발단
12일 백악관에 따르면,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52)와 미국 국무부 관리 3명이 11일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무장 시위대가 영사관을 습격하는 과정에 사망했다.
미국대사가 살해된 것은 1979년 주아프가니스탄 대사였던 아돌프 덤스가 피살된 지 33년만의 일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만든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었다. 영화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부모를 알 수 없는 사생아나 여자만 밝히는 얼간이, 동성애자, 아동학대자, 잔혹한 살인자 등으로 묘사하며 이슬람교를 '암적 존재'로 매도, 이슬람권을 격노케 했다.
이에 중동 전역에서 거센 반미시위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 리비아에서 미국대사가 살해되기에 이른 것이다.
리비아 시위대들은 이날 미국을 맹비난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 총으로 무장한 수십명이 영사관을 습격하면서 영사관이 불타는 과정에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식을 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벵가지에 있는 미국 외교 시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4명의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리비아 정부와 협조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에게 반드시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격분했다.
오바마는 이어 리비아에 있는 미국인과 세계 곳곳의 외교 시설에 대한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고, 이에 미국은 50여명의 부대원으로 구성된 해병대 FAST팀(함대 테러대책팀)을 급파하기로 했다.
미국 고위관리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습격은 약 4시간에 걸쳐 파상적으로 진행된 "복잡한 공격"이라며 무장세력에 의한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며 '제2 9.11 테러' 가능성을 시사, 이번 사건이 앞으로 중동 테러단체와의 전면전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가장 강력한 어조로 이번 공격을 규탄한다"며 "유엔은 모든 형태의 종교 모독에 반대하지만 그 어떤 명분도 어제 벵가지에서 발생한 잔학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미국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벵가지 공관 피습 사건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비난했다.
리비아 과도정부로부터 모든 권력을 이양받은 제헌의회의 모하메드 알 메가리프 의장은 "미국과 미국인, 전 세계에 사과한다"며 "미국 영사관 공격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한 뒤 범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며 파문 진화에 부심했다.
하지만 중동 전역에서 반미시위가 거세게 벌어지면서 미국대사관이 습격받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시위대 2천여명은 미국 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다가 이중 20여명이 대사관 담장을 넘어 대사관의 진입해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끌어내린 뒤 이를 소각했다. 시위대는 성조기 대신에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무하마드가 신의 메신저"라는 글귀가 쓰인 검은색 깃발을 달기도 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도 12일 미국 대사관 앞에 모인 50여명이 성조기를 불태웠다.
또한 모로코와 수단,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 시에서도 미국을 규탄한는 데모가 발생하는 등, 중동 전역으로 반미 데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