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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평가는 대립, 노조 비판은 한 목소리

[토론회] 한국선진화포럼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하나’

한국사회의 진보와 보수가 극심한 반목을 보이고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다. “진보와 보수가 만났다”는 한 토론회에서도 박정희 평가를 두고 극심한 대결양상을 재연했다.

그러나 양 진영은 박정희 평가를 제외하고는 양극화 심화의 한 주범으로 ‘대기업 노조’를 동일한 목소리로 지목해 “과연 좌우 토론이었는가”하는 의문을 낳게했다.

“박정희 개발독재 불가피” vs “독재하려고 산업화 이용한 것 뿐”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진보와 보수가 한 자리에 마주앉아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기치로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주최측은 토론 참가자로 보수진영에서는 <교과서 포럼>을, 진보진영에서는 <좋은정책포럼>을 불러냈다.

이 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보수진영의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 교수) <교과서포럼> 상임대표는 박정희 체제에 대한 평가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양립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주장이지만 산업화 초기단계에서 양자를 성공적으로 병행추진한 경험적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박정희 독재에 대한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균형발전은 누구나 소망하는 것이지만 소망한다고 해서 항상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박정희 체제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박정희의) 민중억압정책은 이 시기에 이루어진 여러 정책 중 하나에 불과했다”면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정책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0~80년대의 산업화 성공의 요인을 박정희 정권이 추구한 ‘수입대체산업화’, 즉 국제무역에 있어서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수출정책에서 찾았다. 따라서 박 교수는 “산업화에 대한 호오(好惡)의 가치판단을 떠나, 하나의 시대정신이었고 그러한 시대정신에 호응하여 산업화를 떠맡아 추진한 박정희 정권에게 그 시대의 모순과 문제를 귀속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박교수는 “권위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부작용과 희생이 따랐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모태인 권위주의를 부정하는 원동력인 중산층이 성장한 것을 민주화세력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혁백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 ⓒ뷰스앤뉴스


반면 진보진영에서 나온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는 “박정희는 산업화를 위해 권위주의 독재를 한 것이 아니라, 독재를 위해 산업화를 한 것”이라며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박정희 체제의 업적을 평가절하했다.

임 교수는 “박정희의 산업화 모델은 성장과 분배가 동반성장하기 어려운 불균형 발전모델”이라면서 “박정희의 산업화 프로젝트의 시행은 국가도 아닌 다국적 기업도 아닌 재벌로 불리는 국내대자본가”로 규정했다.

따라서 임 교수는 “박정희의 불균형 발전모델은 지역간 격차를 확대 심화시켜 지역분열과 지역갈등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박정희의 성장제일주의는 인간과 자연의 환경을 파괴하고 착취하였다”면서 “한국 근대화의 반생태주의는 부동산 투기와 토건국가의 유산을 물러주었다”고 지적했다.

“노조 집단이기주의가 문제”, 노조비판에는 좌우합작(?)

이러한 이념대립에도 불구하고 공통분모는 나왔다. 현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키고 그 해결을 방해하는 걸림돌 중의 하나로 이 날 토론회에 나선 좌우 토론자들은 ‘노조’를 지목했다.

진보진영의 임혁백 교수는 양극화 문제를 불러온 요인을 IT기반의 기술집약적 산업 성장에 따른 ‘고용없는 성장’에서 찾았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IT혁명만이 고용없는 성장의 주범은 아니다”면서 “다른 구조적 요인으로는 평균 10%대의 높은 임금인상률과 공공부문,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실업률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고용증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전상인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장 ⓒ뷰스앤뉴스


한마디로 고용없는 성장의 한 요인을 노동경직성을 야기하는 대기업 노조의 탓으로 전가시킨 셈이다. 이러한 임 교수의 인식에 대해 보수진영의 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장도 동의하고 나섰다.

전 교수는 “고용기득권 세력(대기업 및 공기업 노동조합)의 요구에 의해 고용안정의 명분으로 고용경직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전 교수는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것은 고용 기득권(대기업 및 공기업 노조)들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 날 진보진영에서 나온 발제자들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3일 진보진영 최대 행사인 <한국사회포럼 2006>에서의 진단은 이 날 토론회에서 진보진영을 표방한 참석자들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함께’의 김어진씨는 “비정규직 문제, 나아가 양극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노조가 양보해야한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한달 임금이 1백조원이 넘는다”면서 “그런데 3백인이상 대기업 정규직 월급을 다합쳐도 40조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규직의 양보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김씨는 “또한 정규직이 양보한다해도 그 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옮겨갈리도 만무하다”며 대기업 노조에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와 재벌의 고용 부진에 대한 책임전가 행태를 비판했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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