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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정부, ‘특별법’ 두고 갈등 재점화

노조 “개악 특별법, 법외노조 투쟁 계속”, 행자부 “불법노조 징계조치”

지난 4년간 반목을 거듭했던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이 지난 1월 28일 시행된 ‘공무원노조특별법’를 사이에 두고 다시 충돌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행자부가 공무원노조특별법 거부방침을 분명히 하며 법외노조 투쟁을 계속하는 공무원노조에 대해 ‘불법노조 엄단’이라는 사정의 칼날을 빼들었기 때문.

공무원노조는 즉각 행자부의 지침에 맞서 ‘전국 동시다발 항의집회’와 행자부 장관 및 관계자에 대한 인권위제소, 검찰 고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향후 노-정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22일 “공무원노조법의 시행을 계기로 미설립신고 불법공무원단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자진탈퇴를 설득하고 이를 어길 시 내규에 따라 징계조치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중앙행정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했다.

행자부는 이 지침에서 설득과 제재, 2단계로 나눠 지도부 설득전담반을 편성하고 배우자 등 가족과 친지 등에 정부홍보물을 발송하는 한편, 정부방침에 반대되는 집회 등 불법집단행동을 하면 지도부에 대해 파면, 해임 등 중징계(배제징계)와 함께 사법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합비원천징수금지 ▲노조 사무실 폐쇄 ▲징계조치의 일반조합원 확대 ▲특정정당 지지 등 정치활동에 대한 사법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며 자진탈퇴 실적이 미흡한 기관에 대해서는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강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행자부, 노조와해공작 중단하라”

이는 사실상 특별법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하기는커녕 각종 제한적인 독소조항으로 공무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악법”이라며 1년 넘게 법외노조 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는 전공노와 지도부를 겨냥한 행정지침.

노조 합법화를 둘러싼 정부와 공무원노조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충돌양상으로 번지고 있다.ⓒ최병성


이와 관련 공무원노조는 27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공무원노조 특별악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3천여명을 파면, 해임, 징계하더니 이제 지침을 통해 공무원노조 파괴에 나섰다”며 “행자부 지침 내용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무시한 80년대 공안정국으로 회기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협박하고 있는 행정부의 지침에 대해 순회교육거부, 기관장 항의방문, 1인시위, 중식집회 등 전국 동시다발 항의 투쟁집회를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권위원장은 법조계, 학계, 인권단체와 공동진상조사를 벌여 “정부의 반인권적인 노조탄압을 자행하는 행자부 장관 및 담당자들을 비인권적 처사로 인권위에 제소하고 직권남용,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강도 높은 대응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공무원노조의 갈등 배경에는 올해 1월 28일 시행된 ‘공무원노조특별법’과 2007년부 본격 시행예정인 ‘총액인건비제’ 도입에 있다.

공무원노조는 2002년 출범식과 2004년 11월 총파업을 통해 수백명 조합원의 징계 및 해고사태를 겪으면서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및 정치적 자유’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2004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노조특별법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중 단체행동을 금지했고 노조가입범위와 교섭대상에도 단서조항을 명시하며 나머지 노동2권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구체적으로 특별법은 ▲노조의 일체쟁의 행위를 금지하고 ▲6급 이상, ‘지휘.감독권 행사업무’를 맡은 직원의 노조가입을 금지하며 ▲정책결정, 임용권, 기관의 관리운영에 대해서는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노조 뿌리깊은 갈등, 특별법과 총액인건비제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노조의 핵심 설립취지인 해당기관의 ‘부정부패 감시’나 ‘견제’가 불가능하게 됐고 노조가입 기준도 지나치게 획일화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특별법 수용 거부를 공식선언했고 이후 정부와의 갈등이 지속되어왔다.

지난 24일 대전시청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행자부의 '합법노조 전환 추진 지침 설명회'가 이에 반발한 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들에 의해 파행속에 진행됐다.ⓒ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05년 시범실시를 거쳐 2007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총액인건비제’ 도입도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는 정부예산 배정 범위내에서 각 지자체와 행정기관이 조직과 정원, 기구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

정부는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직원간 경쟁’을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지자체 단체장, 행정기관 기관장의 재량에 의해 운용되는 인력제도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행정자치부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합법노조 전환 지침’은 이 같은 노조와의 갈등이 오는 4월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5월 지방선거를 통해 극대화될 것을 우려한 결과라는 것이 노동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행자부는 이번 지침에 대해 “특별법 시행에 따라 현재 공무원노조, 공노총 등이 모두 불법단체가 됐고 정부로서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합법노조로 전환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기존의 ‘법외노조 엄단’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2개월이 지나서야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행정지침을 내렸고 지침 내용 중 가장 강력한 징계대상이 ‘노조의 정치활동 여부’라는 점에서 노동계의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공무원노조 전은숙 부대변인은 “이번 행정지침은 1월 28일 법 시행 이후 공무원노조가 추진중인 5.31선거 감시운동이 낙선.지지운동으로 확대되는데 따른 정치적 탄압”이라며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과 6월 제네바 ILO총회, 8월 부산 ILO지역 아태총회 등에서 규탄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또 “총파업은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각 지역별 항의투쟁, 법적 대응을 통해 그에 준하는 투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향후 노조 합법화를 놓고 노-정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도 오는 4월 ‘공무원 노사관계 실태 일제점검’을 통해 공무원노조 및 공노총이 조직된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대한 강도 높은 합동감사 실시를 밝히고 있어 각 지역단위별로 격렬한 노-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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