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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분양원가 공개는 사회주의"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4> 차, 포 뗀 10.29 대책

마침내 봇물 터진 “분양원가 공개하라”

단군이래의 최대 아파트값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매우 강력한 한 가지 요구가 터져 나왔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아파트값 폭등의 핵심원인중 하나는 건설업체들의 턱없는 분양가 인상이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수백가구의 아파트만 신축해도 3백억~5백억원은 거뜬히 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고, 모 건설업자가 몇 개의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몇 년 새 수천억원을 거뜬히 벌었다는 얘기가 업계에 신화처럼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분양가 폭등을 통해 건설업계가 막대한 폭리를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이들이 내는 세금은 종전과 거의 다름없었다. 당연히 대규모 탈세 의혹이 제기됐고, 그 검은돈이 정치권-관계 등의 건설족에게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확대시켰다. 겁 없이 치솟는 분양가에 분노한 다수 국민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나선 것은 ‘생존권 차원’의 당연한 요구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예외없이 국민의 80%이상이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80%’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중차대하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이들 무주택 국민은 분양원가가 공개돼 아파트 거품이 급속히 빠지면서, 정상적으로 일하는 이들의 제 집 장만이 가능해지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러면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하는 나머지 ‘30%’는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은 이미 제집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아파트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집의 가격도 하락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비강남권의 ‘1가구 1주택’ 보유자들로, 이들 역시 아파트값 폭등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아파트값 폭등으로 비강남에서 강남으로의 이동은 원천봉쇄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좀 더 넓은 평수로 이사 가는 것도 대단히 힘들어졌다. 서울 등의 아파트를 팔고 시골로 낙향한다면 차액을 건질 수 있겠으나, 생활터전이 서울 등인 대다수에게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특히 젊은층의 자력적 집 장만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선, 자녀의 앞날도 암담하다는 판단이 이들 자가보유자 30%의 분양원가 공개 여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나 강남의 양식 있는 인사들도 ‘체제 안정적 차원’에서 아파트거품 청산에 동의했다. 강남 도곡동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의사는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터져 나오던 시점,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보내왔다.

“개인적으로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저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을 열심히 일한 저의 노력에 대한 대가보다 눈치 빠른 안사람의 투자로 벌어들인 잠재적 소득이 더 많다는 것에 대해 저 역시 수긍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지속되고 서민들의 감정이 악화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가로서 존립기반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 중에 박찬호 선수의 고액 연봉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고소득에 대해 시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부동산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은 ‘돈 놓고 돈 먹기 식’ 게임입니다. 원천적으로 기본 판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참가조차 봉쇄된 ‘저들만의 게임’입니다. 이런 '기회 균등의 원칙'이 없는 게임에는 누구도 쉽게 그 결과에 수긍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부동산 투기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국체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돈 많은 기득권 세력도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계층의 위화감 정도가 아니라, 국론의 분열과 이로 인해 망국의 서러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과거를 보면 아르헨티나가 그러했고, 지난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가 망할 때 외침에 의해 망한 경우보다는 내부의 단합이 깨어져 가벼운 외부 자극에도 쉽게 허물어져버린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단합에 가장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빈부의 격차'가 아니라 수긍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한 '빈부 차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부동산 대책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차대한 문제라는 점을 정부 당국자는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비상 걸린 청와대 “이제는 아파트문제가 정치문제 됐다”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봇물 터지는 등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와 집권여당 일각에서도 분양원가 공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파안대소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표 경제부총리. 김 경제부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어서, 부동산정책 대실패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그를 훗날 교육부총리로 중용했다. ⓒ연합뉴스


2003년 10월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권 안보’ 차원에서 직접 나서 시민단체, 경제전문가, 언론계 관계자들을 만나 투기대책을 수렴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 필자를 찾아온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값 문제는 경제문제로 인식, 경제파트에게 전권을 주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아파트값 문제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정치문제가 됐다고 판단, 나서게 된 것"이라고 민정수석실이 나선 배경을 밝혔다. 그는 "경제팀은 툭 하면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폭등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주택보급률이 2012년에 1백17%가 돼야 근원적으로 아파트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비경제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라며 ”요즘처럼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부가 한쪽으로 쏠리면 아무리 아파트를 많이 지어 공급해봤자, 돈 없는 서민들이 어떻게 제 집을 장만할 수 있겠나. 아파트값에 낀 거품을 크게 거둬내야만 서민들도 집 장만을 할 수 있지 않겠나"고 김진표 경제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주상복합아파트처럼 고가의 내장재 등을 특별히 사용하지 않는 한 서울이나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원가는 평당 6백~7백만원 선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요즘 평당 1천만원을 넘어선 분양가는 거품이 낀 게 사실"이라고 거품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는 또 현재 자가용 세금보다도 적은 아파트 보유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국의 보유세율을 조사해보니 연 1%를 넘었다"며 "여러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현재 자동차세보다 낮은 0.1%의 세율을 2주택이상 보유자에게 미국수준으로 10배 이상 확 올리면 아파트 투기를 막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재경부 등에서는 조세저항 등을 우려해 올려도 3배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반드시 이를 관철시킬 생각"이라고 굳은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최대 쟁점이던 ‘분양원가 공개’ 여부와 관련,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놓고 각계로부터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중"이라며 "필요할 경우 민간업체가 안하면 공기업인 주택공사만이라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주택공사 임원을 만나 공개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청와대가 공개하라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하면서도, "하지만 민간건설업체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끝을 흐렸다.

같은 시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인 집권 민주당의 이희규 의원도 아파트 분양가 원가내역의 공개를 주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해 동료의원 33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의원이 마련한 주택법 개정안은 도급순위 3백위내 업체들이 3백가구(투기지역은 1백가구) 이상 분양할 경우 택지비와 재료비ㆍ인건비 등 원가내역을 항목별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었다. 이 의원측은 "현재 건설업체와 건설교통부 등이 기업비밀 등의 이유로 주택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으나 기업회계기준 및 건설업 회계처리준칙에 따라 분양가 원가내역을 공개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면서 "분양가 원가내역 공개는 공시제도의 정신과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건설업계와 건교부의 저항은 격렬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주택법 개정과 관련, "정부의 과도한 주택시장 개입은 시장원리에 의한 자율적 조정기능을 저하시켜 결국 주택가격 왜곡의 악순환을 반복시킬 뿐"이라며 "차별화가 기본전제인 현재의 분양가 자율화 제도하에서 분양가 원가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분양가를 직접 규제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반발했다. 주택협회는 분양가 원가내역 공개 입법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건교부와 국회 건교위 등에 제출했으며, 건교부도 이에 적극 동조했다.

세간의 관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로 쏠렸다.

대통령 ‘부동산투기 전쟁’ 선언에 관료들의 ‘투기막기 시늉’

앞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아파트값 폭등이 경제문제를 넘어서 정치문제, 체제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2003년 10월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다음해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었던 만큼 청와대가 느낀 정치적 위기감은 컸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월13일 직접 나서 "주택가격 안정은 서민생활 그 자체이다. 주택가격의 폭등은 임금 인상을 불러오고, 임금 인상은 우리의 경쟁력을 떨어트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원가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서민생활을 위해서도,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부동산투기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10월말께 발표할 예정인 구체적 대책의 방향과 관련, "지금 정부는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할 때에는 강력한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겠다“며 “토지는 국민생활과 기업경영의 필수적인 요소인 데 반해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하다. 일반상품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자, 건교부 등도 재빨리 말을 바꿔 아파트 투기의 심각성을 시인하며 뒷북을 치고 나섰다.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다음날인 14일 즉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택을 사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투기수요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강남지역 집값이 일본 상류층 거주지 집값보다 내용적으로 5~6배나 높다”는 사실도 최초로 공개했다. 그는 "강남지역과 비슷한 일본의 집값이 강남 아파트의 50~70% 수준인 데 비해,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절대가격 면에서 강남 집값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며, 또한 "강남의 주택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50%수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집값 상승이 실수요 때문이 아니라 가수요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판교에 ‘학원 특구’를 건설해 강남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건교부의 수장인 그는 또 "강남 거주자들은 자녀교육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강남집값이 교육문제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즉각 말을 바꾸기도 했다.

최 장관은 또 "부동산대책은 (공급 확대보다는) 투기심리를 잡는 수요쪽에서 접근해야 하며, 과도하게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금중과나 대출제한 등으로 리스크(위험)를 줘야 한다"고 말해, 향후 정책방향이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에 맞춰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만 바꾸었지 경제팀의 ‘본질’은 그대로였다. 10월말 발표할 부동산투기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내부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앞의 ‘분양원가 공개’ 여부외에 ‘1가구 2주택자’부터 중과세를 할 것인가, ‘1가구 3주택자’부터 중과세를 할 것인가였다. 이와 관련,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당시 필자에게 "요즘처럼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는 자녀들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외에 집 한 채를 더 사두는 경우는 용인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정부내에 많다"고 전했다. 관료들의 ‘의식 수준’을 읽을 수 있는 전언이었다.

공무원은 언필칭 ‘공직자’다. ‘사익’보다 ‘공익’을 중시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 월급을 주고 정년까지 보장해주는 자리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 자녀에게 물려줄 또 한 채의 아파트’를 걱정하기보다는 아파트값 폭등으로 제집 장만이 힘들어진 자녀 또래의 젊은이와 서민들을 위해 고민해야 마땅하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공인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이들 관료는 “1가구 2주택이상 보유자의 통계를 공개하라”는 상식적 요구에 대해서도 “그런 통계는 정부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식밖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미 행정자치부 전산망이 구축돼 있는 마당에 전혀 설득력 없는 답변이었다. 정부가 그대신 내놓은 통계는 ‘1인당 다주택 보유자’ 숫자. 국세청이 내놓은 2채 이상의 집 보유자 숫자는 14만7천여명으로 이들은 48만8천여채를 보유, 1인당 평균 3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투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의 투기수익에 대한 중과세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세대별 다주택’ 보유 현황을 파악해야 하나 정부는 온갖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공개를 기피했고, 정부가 마지못해 그 실태를 공개한 것은 그로부터 2년이 흘러 또다시 아파트 투기가 심각한 체제문제로 부각된 2005년 8월의 일이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8월1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가구 2주택이상이 1백58만 가구에 달한다”고 최초로 실태를 공개했다. 어이없게도 이 숫자는 2002년 6월 집계한 통계수치였다. 정부는 ‘세대별 다주택’ 통계를 이미 오래 전 갖고 있었으면서도 그 동안 이를 숨겨온 것이다. 의식 상태가 이러하니, 이들에게서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 떼고 포 뗀 10.29 대책, 김진표의 ‘사회주의’ 발언

2003년 10월29일, 마침내 정부는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던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10.29 대책’이다.

10.29 대책의 골자는 “세금으로 아파트투기를 잡겠다”는 것으로, 특히 1가구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양도소득세 기존 세율은 기준시가 기준으로 9~36%이었다. 정부는 이를 전국 53개 투기지역내 1가구 2주택 보유자에게 양도세 탄력세율을 적용, 최고 51%까지 중과키로 했고,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양도세율을 7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단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다주택 보유자의 매각을 자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중장기적으로 1가구1주택 중 고가 주택들도 비과세 대상(3년이상 거주시)에서 제외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또한 종합토지세 과표를 종전의 30%에서 50%로 높이는 시기를 종전에 발표했던 2006년에서 2005년으로 1년 앞당기고 5만~10만명선의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부동산종합세 도입 시기도 1년을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재산세(보유세) 실효세율은 현행 시가의 0.1%선에서 0.3%로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고, 오는 2017년까지 1%까지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는 데 그쳤다. 보유세율을 반드시 미국 수준인 1% 수준까지 대폭 올리겠다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호언은 식언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는 세계적으로 낮기로 유명하다. 미국의 대표적 상류층 거주지 베버리힐즈와 비교하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베버리힐즈는 전지역 주택의 3분의 1 이상이 시가 3백만달러(약 30억원)로, 이 정도 집이면 대지 8백~9백평에 침실만 4개 이상 갖추고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육박하는 미국의 많은 부자들은 베버리힐즈에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거운 보유세 때문이다. 베버리힐즈에서는 ‘소규모 주택’으로 분류되는 시가 70만 달러(7억원)인 주택만 해도 집주인은 매년 7천9백80달러(8백만원)를 부동산 보유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각종 부과금 등을 포함하면 통상 시가의 2%인 1만6천달러(1천6백70만원)를 매년 주택 소유에 대한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반면 서울 강남에서 시가 8억5천만원(미화 85만달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내는 보유세는 베비리힐즈의 5% 수준에 달하는 연간 54만원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의 2000㏄ 중형승용차가 내는 연간 재산세 52만원에 비슷한 수치였다.

따라서 “정부가 정말 아파트 투기를 잡으려 한다면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대폭 높이고 그 대신 양도세는 낮춰, 연간 1천만원대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만 10억대 고가주택에서 살고 투기목적으로 사들인 아파트를 팔게 하는 방식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조언이었으나, 정부는 ‘강남의 조세저항’을 이유로 보유세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양도세만 높이는 정반대 선택을 한 것이다. 10.29대책의 실패를 애당초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정부는 이상의 대책을 발표하며 “10.29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투기가 계속될 경우 분양권 전매금지 전국 실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도 검토하고, 투기지역에 국한해 일정 면적 이상의 아파트에 대한 한시적 주택거래허가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외형상으론 10.29 대책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10여 차례나 발표됐던 대책보다는 강도 높은 대책처럼 비쳤다. 하지만 한 꺼풀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국민 다수가 가장 확실한 아파트투기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빠졌다. 또한 ‘1가구 2주택 보유자’를 사실상 보호했다. 양도세율을 높였다고는 하나, 투기차익 가운데 절반을 세금으로 내더라도 나머지만 갖고서도 수천만, 수억원을 벌 수 있는 아파트투기를 그만 둘 리가 만무했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 정책은 그후 시장에서 집 주인이 양도세를 집 사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변질돼, 아파트값 폭등을 한층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여러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투기세력이 이를 되팔게 만들어 아파트 거품을 빼는 데 즉효가 있는 보유세 대폭 인상도 ‘강남의 조세 저항’을 이유로 형식적 인상에 그침으로써 10.29 대책의 실패를 자초했다.

10.29 대책 발표후 다수 국민은 ‘분양원가 공개’, ‘보유세 중과세’ 등의 요구가 묵살된 데 대해 정부를 강력 성토했다. 그러자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10.29 대책 다음날인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좀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은데, 정부 입장에서는 더 강력한 것은 사회주의적인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본다"는 ‘사회주의 발언’으로 맞서, “그러면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전체 90% 가까운 국민이 모두 빨갱이란 말이냐”는 네티즌의 거센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파문이 일자 10월31일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본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면서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것은 내가 아닌 건교부로, 건교부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자율화한 분양가를 분양원가 등을 다시 공개해 규제할 경우 분양원가와 실거래가간의 프리미엄을 모두 투기세력들이 독식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책임을 건교부로 떠넘긴 뒤, "때문에 정부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대신 건설사들이 얻게 되는 이윤을 법인세로 흡수한다는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듯 자신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하면서도, 청와대가 한때 검토했다가 주무부처 반대로 좌절된 주택공사 등의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선 "새로 짓는 신도시의 90%가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가 매입한 땅위에 짓는 것으로 이를 공개하면 사실상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된다“고 말해, 분양원가를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속내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관료의 대응이란 매사 이런 식이었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66~77쪽)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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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지지자

    이사람도 강남에 집있어 몇배 폭등했는가보네. 청와대직원. 정부부처 직원들 경사났네. 강남아파트 폭등해서 ...그래서 집값못잡는거지. 아니 안잡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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