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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밭에 처박혀 썩어가는 거함 '열린당호'

<뷰스 칼럼> '민심의 바다'는 썰물, '한나라호'도 '제2 열린호' 될 수도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놓고 정파간에 연일 말들이 많다. "당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와 "고치면 된다"가 양론이다. 가시 돋힌 말들도 오간다. 정계개편에 관심 없다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도 만났다. 온갖 해석이 뒤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작 정치주체인 국민들은 이들의 행보에 '관심밖'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화법을 빌면 "너네들끼리 잘 해보세요"라는 식이다.

盧-DJ의 '부동산 담론', 한편의 블랙 코미디

대신 국민들 관심은 온통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하루 두번 폭등한다"는 집값에 쏠리고 있다. 개중에는 "이게 웬 횡재냐"고 싱글벙글하는 이들도 있다. 집값이 폭등하던 지난 5년간 한번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강북 중계동 중대형 아파트 값까지 10억원대를 속속 돌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워낙 말도 안되게 아파트값이 폭등하니, 황당한 '행정지도'까지 목격될 지경이다. 중개업소 외벽에 아파트 매물 호가표를 붙이지 말라는 경고가 그것이다. 지나가던 주민들의 투기심리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나? 눈 가리고 아웅이다.

다급한 정부의 꼼수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민은 작금의 아파트값 폭등에 절망하고 격노하고 진저리내고 있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한번 끝까지 가봐라. 아파트 평당 1억? 좋지. 지금 추세라면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평당 2억, 3억도 좋다. 어디, 나라 꼴이 끝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는 식이다.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은 지 이미 오래나, 제집 가진 국민은 절반밖에 안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국민이 IMF사태전 80%에서 50%로 격감한 것도 당연하다. 과거 마르크스의 '유산계급-무산계급'이란 고전적 분류를 대신해 '유택(有宅)계급-무택(無宅)계급'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난 마당에 '집 없는 자신'을 중산층이라 착각할 이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 말기인 2001년 불붙어 노무현 정권 후반부인 지금까지 장장 만 5년동안 지긋지긋하게 계속된 부동산값 폭등은 이처럼 전체 국민의 30%를 중산층에서 서민으로 탈락시켰다.

이런 마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김대중 전대통령을 찾아 '부동산 해법'을 묻고 김 전대통령이 이에 "서민용 주택과 임대주택 등은 정부가 맡아서 충분한 물량공급을 해주고 나머지 주택은 시장에 맡기되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봄직하다"고 말하자 노대통령이 이에 절대공감을 표시했다는 청와대 브리핑은 차라리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DJ 회동'을 바라보는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 분위기는 마치 대단한 돌파구라도 생긴 양 환호하니 이 역시 또하나의 '블랙 코미디'다.

"열린당호가 좌초했다? 천만의 말씀. 뻘밭에 처박혔다"

며칠 전 정치권 인사들과 저녁모임이 있었다. 당연히 열린우리당이 매일 떠드는 정계개편이 화제가 됐다. 한 원로가 열린우리당의 요즘 처지를 이렇게 진단했다.

"요즘 여당에서 '새 배를 만들자' '아니다. 배를 고치면 된다'고 연일 치고받으나, 양쪽 모두 한가지 근본적 착각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라는 거대함선은 암초를 만나 배에 구멍이 뚫려 좌초한 게 아니라, 배를 뜨게 해왔던 물이 빠져나가 뻘밭에 처박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배에 구멍이 뚫렸다면 이것을 메우면 하면 다시 뜨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이 빠져나가 뻘밭에 처박혔다면 이것은 사정이 다르다. 아무리 배 안에서 서로 지지고 볶고 해도 용 빼는 재주가 없는 것이다. 다시 밀물이 들어와 배가 저절로 둥실 뜨는 수밖에 없다. 즉 '민심의 바다'가 다시 차기 전에는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의석이 1백42석이나 되는 거함이라 할 지라도 자력으로 뜰 재주는 없는데, 매일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서로 치고받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요컨대 썰물처럼 빠져나간 민심이 밀물이 돼 돌아오도록 해야 하는 게 첩경인데, 말로만 '민생' 운운할 뿐 정작 국민의 최대관심사인 집값 문제에 대해선 끽소리도 못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는 지적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뻘밭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배가 통째로 썩어 뭉그러질 거라는 말이었다. 빙산에 부딛혀 순식간에 침몰한 타이타닉보다 더욱 비극적 결말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빙산이 부딪혀 침몰하는 타이타닉. 뻘밭에 처박힌 열린우리당호의 운명은 타이타익보다 더욱 비참하다. ⓒ연합뉴스


물론 열린우리당도 부동산폭등에 대해선 나름대로 언급을 하고 있긴 하다. 문제는 각자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추병직발 부동산투기 재연'만 해도 그렇다. 김근태 당의장은 추병직을 질타했다. 그러나 재경부장관 출신인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추병직의 신도시는 열린우리당 당론"이라 딴소리를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한당 내에서 딴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형국이다. 이러니 열린당을 '콩가루 정당', '정체성 부재 정당'이라 부르는 것이다.

친노-비노간 최대쟁점인 노무현 대통령의 '당 잔류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대통령을 왜 잔류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몰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하다. 천정배 의원은 "노대통령의 자산도 부채도 함께 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근태 의장도 "벤치에서 성원만 한다면"이란 전제조건하에 노 대통령 잔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노대통령의 부동산정책 실정에 따른 민생 파탄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칭 대권주자들이 눈앞의 정략적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없다보니, '민의 소리'는 뒷전인 셈이다. 이렇게 나가면 뻘밭에 처박힌 열린당호가 다시 뜨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자칭 대권주자들 또한 타칭 대권주가가 되기는 요원할 게 확실하다.

한나라당도 '제2 열린당호' 될 수도

집값 정책에 관한 한, 한심하기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단지 정책실패의 책임이 노무현 정권에게 있어 국민의 관심밖일뿐, 뾰족히 내놓는 대책이란 게 없다.

'추병직 신도시 발표'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렇다. 처음 반응은 만시지탄이나 한나라당 주장대로 '공급확대 정책'을 따르겠다니 다행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부동산값 폭등이 전개되면서 비난여론이 봇물 터지자 말을 바꿔 "추병직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집값 정책은 강남 재건축규제 완전해제, 세금폭탄 백지화, 공급물량 확대 등 '건설족의 주장' 그대로다. 한나라당이 이런 상태로 집권한다면 집값을 더욱 폭등하다가 더욱 처열한 형태로 거품 파열을 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건설업을 크게 해온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수년전부터 "아파트 평당 건축비는 3백만원도 안된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분양가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나, 당내에선 미운오리 새끼일 뿐이다. 매일같이 민생을 외치는 한나라당의 '빅3'도 매일 '대운하'만 얘기하고 '민생 파탄'과 '민생 대장정'만 말할 뿐, 구체적 집값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니 40%대 지지율의 한나라당호도 금명간 '제2의 열린당호'가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상황은 심각하다. 다음 정권은 과거정권의 경제실정이 초래한 '부동산 대재앙'을 떠맡을 준비를 해야 한다. 국민이나 정부에게나 정말 고통스러운 고난의 시절이 될 것이다. '민의 고통'을 모르고 '집권'만 관심 있는 세력은 차라리 지금 헛욕심 부리지 말고 짐을 싸는 게 나을 것이다. 무능한 세력에게 나라 살림살이를 5년 더 맡겼다간 나라경제는 완전 쑥대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42 26
    닫아라

    오늘 열린당 문 닫는다
    찬성

  • 29 41
    민심

    오늘로써 열린당 문닫는다
    숨 끊어진 날이다. 열린당 뚜껑 닫는 날로 기억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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