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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부시나 이슬람이나 오십보백보"

부시의 기독교원리주의 맹성토, 블레어도 질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발매된 회고록에서 종교에 맹신적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교분리는 문명 진보, 미국 기독교 원리주의 영향 커 우려”

27일 <DPA통신> <가디언> <BBC방송> 등에 따르면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펴낸 회고록 <결정들: 정치와 내 인생>에서 부시 대통령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신앙심의 깊이를 느꼈다”라며 “정치적 결단을 '신과의 대화 결과'라고 하는 입장에는 문제가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판 등에 따라 수정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어 “국가와 종교의 분리는 큰 문명의 진보"라며 "미국의 기독교 원리주의는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는) 이슬람교 국가와 같은 경향을 갖고 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부시 미대통령에게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자, 미국 기독교 원리주의의 반문명적 전근대성에 대한 질타였다.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는 슈뢰더(왼쪽) 총리와 부시 대통령 ⓒ 미 백악관


그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며 “특히 부시 대통령이 정치와 종교를 연계시키는 경향으로 인해 부시 대통령과의 관계가 편안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특히 ‘신을 두려워 하는’ 정치행태를 보였으며 모든 주요한 결정을 종교적인 믿음에 기반해 내렸다”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유럽을 분열시킴으로써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택했는데, 이같은 유럽에 대한 ‘분리통치(Devide and Rule) 방식은 군사, 무역과 경제적 문제에서 두드러졌다”고 미국의 대유럽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 “미국은 이 과정에서 특히 영국과 특별한 관계를 갖는데 항상 의존해왔다”며 "특히 보수적인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함께 이같은 유럽 분리통치 방식에 힘을 보탰다"고 '부시의 푸들'로 불리는 블레어 영국총리를 질타했다.

그는 재차 블레어 영국총리을 지적, “블레어-부시의 연대에 따른 영국과 미국의 지나친 밀착은 결국 유럽에 해를 끼쳤다”며 “블레어 총리의 친미적 행태는 미국과 영국의 관계를 과거 레이건-대처 시절처럼 보수적인 사회로 가져가려는 국내의 정치적인 목적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블레어 총리와 함께 중도좌파 노선을 함께 걸으면서 제3의 길을 주창하는 등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시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독일-프랑스-영국의 3개국 연대에 대한 큰 희망을 가졌지만 이는 환상임이 곧 밝혀졌다”며 “블레어 총리의 행태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고 재차 배신감을 피력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반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따뜻한 환대를 보였으며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 부부와 우리 부부는 따뜻하고 복잡하지 않은 그런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됐다”고 푸틴 대통령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또 자신의 후임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해선 “지도력이 빈약하다”고 혹평하며, 유럽이나 미국과의 관계에서 전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 독일 총리실


7년 동안 총리로 재직하며 독일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 사회민주당사에서 열린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5백44쪽 분량의 회고록을 펴냈으며, 초판 16만부 중 12만부가 이날 발매 행사에 앞서 팔려나갔다. 출판을 맡은 호프만 운트 캄페 사는 이 책이 조만간 8개국어로 번역될 예정이며, 회고록의 축약본을 2곳의 출판사가 펴냈고 TV의 주요 시간대에 방송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BBC 방송>은 “독일언론들은 이 회고록 출간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가 깊은 숲속에서 돌아와 주변의 모든 것을 흔들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슈뢰더 전 총리가 다른 외국의 지도자들에 대한 혹독하고 진지한 평가를 통해 정치의 중심에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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