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힌 뒤 ‘교원평가제 공청회’를 열어 전교조 등 교원평가제 반대단체들로부터 '요식행위 공청회'라며 강한 반발을 자초했다.
2007년 전국 5백개 초ㆍ중ㆍ고 교원평가 전면 시행
교육부는 20일 오전 교원평가제 명칭을 ‘교원능력개발평가’로 변경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정책추진방향(시안)'을 발표하고 2007년 3월까지 전국 초ㆍ중ㆍ고교 5백여 개교를 선도학교로 지정해 교원평가를 전면 실시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생ㆍ학부모가 ‘교원 평가 평가자’로 참여하고 3년에 1회씩 교원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가대상은 국ㆍ공립은 물론 사립학교 등 모든 초ㆍ중ㆍ고교 교원으로 국한하고 유치원 교원과 전문 상담교사, 그리고 사서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 등은 이번 평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평가 항목은 교장ㆍ교감 등 간부급 교원의 경우 학교운영 전반을 평가받고 일반 교사는 수업계획ㆍ실행ㆍ평가 등에 관한 사항을 평가받는다. 평가방법 및 지표 등은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ㆍ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2007년 교원평가제 제도화 단계를 거쳐 오는 2008년에는 전국 초ㆍ중ㆍ고교 모두를 대상으로 한 정착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교육부 주관 교원평가 공청회가 경찰까지 동원돼 전교조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김동현 기자
전교조 “결과부터 결정 해놓고 공청회라니?" 반발
문제는 교육부의 절차적 하자다.
교육부는 전면적 교육평가제 도입 발표 몇 시간 뒤인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4층 대강당에서 ‘교원평가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를 통해 충분한 여론수렴 후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ㆍ위원장 장혜옥)은 이 날 낮 12시 공청회가 열리는 교원소청심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의 교원평가제 실시 강행 방침을 강력 비난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6월까지 불과 7개월만의 교원평가 시범실시 결과로 교원평가 법제화를 하는 것은 졸속적인 발상”이라며 교육부에 절차적 문제점을 따졌다. 또 전교조는 “교원평가제 도입 목적으로 교육부가 선전하는 ‘교원 능력개발과 전문성 신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전교조는 교원평가제 실시로 인한 부작용으로 ▲입시위주의 교육심화 ▲학생과 교사간의 인간적 신뢰 붕괴 ▲평가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평가 등을 들었다.
한 전교조 조합원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다. ⓒ김동현 기자
이번 공청회를 주관하고 교원평가제 전반의 밑그림을 담당하고 있는 강정길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정책과장. ⓒ김동현 기자
공청회 시작 전부터 교원단체-학부모단체 연이은 기자회견
전교조 이민숙 대변인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이 날 기자회견 직후 공청회가 열리는 교원소청심사위 4층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오후 2시 열리기로 돼 있는 공청회였지만 교육부에서 나온 진행요원들은 벌써부터 진을 치고 전교조 교사들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 대기중이었다.
공청회 시작도 전인 오후 1시, 교육부 관계자들은 일부 전교조 교사들이 들고있던 ‘교원평가 반대’ 피켓을 문제삼으며 이들의 입장을 막았다. 전교조 교사들은 “공청회가 시작되려면 1시간도 더 남았는데 왜 이러냐”며 “개인 소지품을 왜 뺏으려 하냐? 압수영장이라도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결국 피켓을 압수하기 위한 교육부 관계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던 전교조 교사들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편 같은 시각 공청회장 앞에서는 학부모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ㆍ상임대표 최미숙) 소속 학부모들은 “지금과 같은 교원평가제 도입은 허상 뿐”이라며 “교사들의 연봉, 승진과 연계된 실질적인 교원평가 법제화”를 요구했다.
학사모에 이어 또 다른 학부모단체인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도 기자회견을 통해 “교원평가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교직사회의 수치이며 3년 주기 교원평가는 허울뿐인 교원평가”라며 교육부의 교원평가제 연내법제화와 전면 실시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이 날 공청회 직전 교육부의 교원평가제 강행을 강력 비난했다. ⓒ김동현 기자
교육부, 경찰까지 동원 공청회장 원천봉쇄
드디어 예정된 공청회 시작시간인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전교조 조합원들은 일제히 공청회장 단상 앞으로 몰려가 “공청회 시작 전부터 피켓을 뺏고 물리적 충돌을 유발하는 등 과잉 대응을 한 교육부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며 교육부에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더 나아가 전교조 이민숙 대변인은 “교육부가 공청회가 시작도 하기전에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 교원평가제 실시를 결정해 놓고 무슨 공청회를 한단 말이냐”며 “보도자료를 철회하든지, 공청회를 철회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일 하라”고 성토했다.
이 대변인은 “우리는 들러리로 여기 온게 아니다”라며 교육부의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를 강력 비난했다.
그러나 이미 교육부는 경찰을 동원해 공청회장 주위를 원천 봉쇄해 놓은 상태였다. 결국 문제제기를 하며 단상 앞에 있던 전교조 조합원 20여명은 현장에서 연행됐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강제로 끌려나가자 공청회장에 있던 3백여명의 청중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들 청중들의 대다수는 일선 초ㆍ중ㆍ고교 교장, 교감이거나 각 시도 교육청 관계자들이었다.
‘전교조 반대’ 외치던 학부모단체까지 교육부의 요식행위 비난
한편 공청회 직전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는 '전교조 반대'와 '강력한 교원평가제 실시'를 주장하던 학부모단체까지 이 날 교육부의 '들러리 공청회'를 놓고 강한 비판을 했다.
학사모 고진광 전 대표는 “아무리 우리가 교원평가제를 거부하고 있는 전교조를 비판한다해도 이처럼 교사들을 절차없이 무자비하게 개끌고 가듯 끌어내는 것은 지나치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고 전 대표는 “더욱이 이미 교육부가 방침을 다 결정하고 공청회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교사와 학부모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 전 대표는 "일부 어용 학부모 단체 사람들 동원해 사람 수만 채우면 공청회가 잘 된 것”이냐며 교육부의 공청회 강행을 맹성토했다.
이민숙 전교조 대변인은 "교원평가제 실시를 발표해 놓고 어떻게 교육부가 공청회를 열 수 있냐"며 교육부의 요식행위 공청회를 강력 비난했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