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해외펀드인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주가조작 무죄판결과 관련, "금융감독기관이 특정재벌을 편들기 위해 근거도 없이 여론재판을 벌이고 끝내 입증에 실패해 금융감독기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론몰이 재판 끝에 입증 실패로 불신 자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비례대표)은 18일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와 관련, 18일 배포한 국감자료를 통해 “작년 국정감사에서 헤르메스 조사와 관련,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우리 금융시장의 새로운 기원을 연 것으로 외국자본에 대해 엄격한 시그널을 금융시장에 줬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 무죄판결로 외국자본에 대한 엄격한 시그널을 부여했다기 보다는 금융감독기관 신뢰도 저하의 시그널을 준 것으로 최종 결론지어졌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일부에서는 ‘외국 불법 투기자본에 대한 방어 기재가 차단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법원은 외국자본의 행위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은 동 사건 관련하여 검찰의 공소사실인 ‘위계에 의한 유가증권 매매’를 핵심 쟁점으로 판단했으나 판결문에서 보듯이 검찰이 제시한 위계의 증거는 단 한가지도 인정되지 않았으며, 특히 검찰에 증거자료를 이첩된 금감원 주장인 ‘결정적 증거 7가지’중 단 한가지도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부실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금감원의 조사가 공정하고, 사실관계에 부합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라면 결정적이라며 제시한 7가지의 증거에 대해 명확하게 그 근거를 밝힐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단 하나도 입증하지 못한 것은 금감원이 사실관계가 아니라 무리하게 사건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데 그 원인이 있다"며 "더욱이 지난해 윤 위원장이 ‘외국자본에 대해 엄격하게 시그널을 금융시장에 주었다’라고 밝힌 이후 외국자본에 대한 조사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그것도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 론스타에 대해 2003년 외환카드 합병 당시 행한 주가조작 혐의로 2006년 9월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 유일하다”며 “이번 사건은 금감원이 외국 투기자본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취약한 지배구조를 지닌 삼성물산에 대해 적대적 M&A를 거론한 헤르메스에 대한 괘씸죄 여론재판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같이 명백한 불법행위의 혐의가 있는 외국 자본에 대하여는 철퇴를 가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헤르메스 사건처럼 증거도 없이 특정재벌을 편들기 위해 근거도 없는 여론몰이 재판을 벌이고 끝내 입증에 실패한 것은 대한민국 감독기구의 신뢰도를 세계적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성원 부장판사)는 지난달말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벌금 73억원에 약식 기소됐다가 정식 재판에 회부된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