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동의안, '세번째 오역' 무더기 발견
유럽의회 영문본과도 불일치, 민주당 "김종훈 즉각 경질하라"
11일 밤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1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상정될 한-EU FTA 협정문의 한글본은 영어 원문에서 포도주스에 관한 관세철폐를 언급할 때 '농축된 것 또는 주정'으로 표현한 것을 '농축된 것과 주정'으로 오역돼 있다.
또한 '영주권'은 '상시 거주'라는 다른 개념으로 번역됐고, '하도급 계약'을 뜻하는 단어는 법률용어에 없는 '종속계약'으로 번역됐다.
맞춤법 오류도 발견돼, 'lasor or other light'는 '레이저 또는 기타'로 번역돼야 하나 '또'자가 빠져 '레이저는 기타'라는 엉뚱한 표현이 되고 말았다.
번역하면서 누락된 부분도 있어, 영문에선 곡물과 종자, 과실을 적시했음에도 번역할 때는 '곡물'이 빠져
해석상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반대로 원문에서 '천연물의 혼합물'이라고 쓴 걸 번역하면서 '만'자가 추가돼 의미에 제한이 생겼다.
이런 오류들은 협정문 본문과 부속서, 원산지 의정서에 걸쳐 총 15건이 나타났지만, 정부가 재검독 끝에 오류를 모두 바로잡았다는 207개 항목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만 오류가 있는 게 아니었다. 한국과 EU가 공식 서명한 영어협정문과 우리 국회의 동의를 구하느라 제출된 영어본이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서명본에는 콩의 품종인 로커스트 콩의 경우, 종자를 포함한다는 부분이 비준안에선 종자를 의미하는 단어인 seed가 빠져 있었다.
소금 성분 포함된 황에 대해 규정한 대목에서도 핵심 단어인 황이 누락되면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게 됐다.
무엇 무엇 등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역시 비준안에는 잘려나갔는데, '등'은 법률에서 토씨 하나로 뜻을 좌우하는 대표적 표현이다. 단어를 연결해주는 and, 즉 그리고의 뒷부분이 잘려나간 곳도 수두룩하다.
이런 오류는 협정문 원문이 아닌 양허표에서만 34건에 달하고, 이 중 절반인 16건은 지난해 10월 제출한
최초 비준안부터 줄곧 오류로 남아 있다.
MBC는 "현재 상태로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면 이미 유럽의회를 통과한 영문본과 서로 다른 두 개의 안이 존재하게 돼, 무효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라며 "정부가 한-EU FTA 비준안을 고치려고 또 철회하면 벌써 세 번째가 되고, 4월 임시국회 처리도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 세 번 가결해 국회에 세 번 제출한 비준동의안에서 또다시 똑같은 오류가 발생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오늘을 세계만방에 나타내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김종훈 통상본부장의 즉각 경질을 촉구했다.
그는 "당장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심의를 거부하겠다"며 보이콧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앞서 김황식 총리는 김종훈 본부장의 경질 방침을 밝혔으나 청와대는 김 총리 발언을 일축하며 김 본부장 유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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