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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환율 790원대 급락. 수출 초비상

대일 무역적자 심화로 수출경쟁력 급락

원.엔 환율이 지난 주말 장중 8백원대가 깨진데 이어 16일 7백90원대로 다시 하락하면서 한국경제에 ‘빨간 등’이 켜졌다.

지난주말 8백원대 붕괴 이어 798원으로 마감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이날 798.71원으로 마감, 지난주 중반까지 지키던 8백원선 붕괴 현상이 이어진 채 7백원대로 확실하게 내려섰다.

지난 13일 장중 7백원대로 내려섰다가 1백엔당 800.10원으로 거래를 마쳐 1997년 11월14일의 784.30원 이후 8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원.엔환율은 이번주 들어서자마자 7백원대로 다시 내려섰다.

이에 따라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엔화 약세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원.엔 환율 하락은 한국경제의 주축인 수출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최근 어려움을 겪어온 수출기업들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특히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려 대일 무역적자를 심화하는 한편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등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전체 수출과 경상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원.달러환율은 5일만에 상승반전해 지난 주말보다 0.3원 오른 95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환시장은 엔.달러환율이 116.7엔대로 오르고 유로화가 1.25달러선으로 떨어지는 등 달러강세 영향을 받으며 957.1원에 개장한 달러화는 955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대일 수출채산성 악화로 무역적자 악화 심화 우려

이같은 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종전과 같은 액수의 엔화 만큼 수출해도 원화로 환산하면 이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을 감안해 파생상품 등으로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해는 이론상 손해보다 덜할 수 있지만 채산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으며, 특히 리스크 헤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심각한 환차손을 볼 것으로 우려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 대일 수출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엔저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가격 하락 현상으로 대일 수입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악화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9월20일까지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1백81억달러이며 연간으로도 2백50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인 가운데 엔저현상까지 겹칠 경우 대일 무역수지 적자폭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금년 1-8월 중 대일 수출은 전년동기비 11.2% 증가했으나 특수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2.5% 증가에 불과했으며, 삼성과 소니의 한일합작회사 설립에 따른 평판 디스플레이의 대일 수출 급증과 유가상승에 따라 총 수출가격이 대폭 증가한 석유제품이라는 두 가지 특수요인을 제외하면 실질 대일 수출 증가율은 겉으로 나타난 수치와 달리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제품 수출 경쟁력 급락

원.엔 환율 하락은 미국, 유럽 등 제 3국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수출 타격을 불러올 전망이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수입시장에서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한국 상품의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 제품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00년 3.3%를 기록한 후 전반적으로 하락해 올해 1-7월 중 2.5%로 떨어졌다.

또다른 문제는 최근 무역협회 분석 결과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3개국이 공통적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1백대 품목 중 우리나라와 일본이 경합이 하는 품목이 작년 기준으로 절반 가까운 45개에 달해, 우리나라 제품은 대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정적 효과가 극대화됨으로써 수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경합 품목에는 컴퓨터 부품, 디지털 반도체, TV 부품, 승용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고전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상위 50대 수출품목 중 일본과 중복되는 품목의 수출 비중은 2000년 28.8%에서 2002년 42.7%, 2004년 46.1%, 지난해 50.6%로 크게 높아졌다.

도요타는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소형차 야리스 가격을 현대 베르나보다 1천2백달러 가량 싸게 책정한데 이어 인도에서는 대당 6백만원 가량의 최저가 차량 판매를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의 샤프전자도 삼성.LG전자 제품보다 가격이 30% 저렴한 LCD TV를 미국에서 출시했고 일본 철강업체들은 저가 공세로 동남아시장에서 포스코의 경영 여건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

여행.유학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업체의 저가 공세가 계속되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치명타를 입고 전체 무역수지 흑자까지 줄어들게 돼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밖에 없으며,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사상 최악의 경상수지를 기록할 지 모른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호기 맞은 일본기업 수출 물량 확대 및 수출 가격 내려

실제 일본 기업들은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 약세를 틈타 세계 시장에서 수출 가격을 내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본의 수출물량은 늘어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승용차의 경우 일본 기업들이 올 들어 수출 단가를 2-5% 인하하면서 수출 물량이 연초 대비 약 15%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환율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수출 가격을 2% 내외 인상한 결과 수출물량은 2%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도 일본 기업들은 올해 들어 수출단가를 10-20% 인하하면서 수출물량이 연초대비 30-40% 증가한 반면 한국은 수출 가격이 5-10% 인하에 그쳐 수출물량은 10-20% 증가에 그쳤다.

가정용 전자제품의 경우 일본기업들은 올 8월 수출가격을 4-5% 인하하면서 수출물량이 연초대비 43% 증가한 반면 한국은 수출가격과 수출 물량 모두 연초대비 보합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승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올 들어 9월까지 수출이 견조세를 지속한 것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가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세계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 우리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엔 환율 급락으로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국내 수출기업들은 품질 등 비가격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LG경제연구원도 "일본의 새 정권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엔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내년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이 세계 경기 둔화세와 겹쳐 나타나면 국내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원.엔 환율 하락을 경계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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