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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크레디트', 노벨평화상 받다!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와 그라민은행 공동 수상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창시한 무하마드 유누스(66)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총재와 그라민 은행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유누스 총재는 지난달 제8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유누스 박사가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를 통해 개도국의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한림원은 또 “그가 가장 빈곤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 줬으며 개도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빈곤층 구제를 위한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모범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유누스 박사는 빈민구제의 공을 인정받아 1984년에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으며 19904년 세계식량상, 1998년 시드니평화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 2004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워튼스쿨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의 경제인" 중 한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창시한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scu.edu


6백만 빈민의 자립 지원, 빈민들일수록 빚 더 잘 갚아

'무담보 소액대출'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제도는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낮아 은행 등 제도 금융으로부터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 주는 제도로 혁명적인 빈민구제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저개발국뿐만이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총재로 재직하고 있는 유누스 박사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1974년 주민 42명이 단돈 27달러 때문에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재를 털어 빈민구제 사업을 시작했다.

빈민구제사업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 유누스 박사는 1983년 이번에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그라민 은행을 설립, 빈곤층에 대한 대출을 본격화했다. 현재 2천1백15개 지점을 둔 거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한 그라민 은행은 마이크로크레디트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6백만 명의 자립을 지원했으며 이중 58%가 가난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민 은행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대출 회수율이 98%나 된다는 사실. 이는 돈을 떼일 위험성이 2%도 안된다는 얘기로, 우리나라 은행들은 물론 세계 정상급 은행들도바도 낮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회수율이다.

30여년간 영업경험을 통해 "빈민일수록 자생기반만 만들어주면 빚을 성실하게 갚는다"는 경험을 한 그라민 은행은 요즘 거지들에게 돈을 빌려줘 구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차로 지난해말까지 방글라데시 극빈층의 3분의 1이 구걸을 멈추게 하겠다던 목표를 달성한 그라민 은행은 궁극적으로 방글라데시에서 거지를 완전히 없앤다는 계획이다.

전세계에 '마이크로크레디트 선풍"

이 제도는 인도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우간다, 소말리아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유엔은 지난 2005년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로 선정하고 이 제도를 통한 세계 빈민구제에 나서기도 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유럽에서도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 수백 개의 정부 또는 개인이 자금을 출자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생겨나 가난하고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해주기를 꺼리는 유럽은행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2001년까지 모두 45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25개 유럽 연합 회원국들의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지원됐다. 특히 유럽에서 매년 생겨나는 2백만 개의 회사 중 90%이상이 5명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자영업체이며 이중 3분의 1 이상의 회사들은 실직자들이 설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최초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을 설립한 경제학자 마리아 노왁은 "지금 프랑스에서는 돈 있는 사람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신용이 낮은 이들을 위한 금융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실직상태이거나 사회연금을 받는 상태라면, 당신은 낭비가 심하거나 직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진다"며 신용불량자에 대한 제도 금융의 대출 기피 현상을 지적했다.

노왁이 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설립한 ADIE는 매년 6천여 개의 새로운 사업에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이중 54%가 3년 이상 회사를 운영해 일반 개인이 설립하는 회사보다 높은 생존율을 나타내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 엑사이온(AC CION)의 경우도 대출규모 13억4천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세계 최대은행인 미국의 시티그룹도 최근 중국-인도-멕시코 등 개도국 시장을 겨냥한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업부를 창설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걸음마 단계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을 시작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는 걸음마 수준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20억 원의 자금을 47곳의 소규모 자영업 창업에 지원해 줬고, 지난 2003년부터 빈민, 신용불량자, 성매매 피해여성 등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회연대은행이 지난해 대출해 준 규모도 4백19곳에 40억6천만원에 그치고 있다.

일부 대기업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재원 마련이 급선무. 이를 위해 신용카드회사와 연신금융업계는 지난 3월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를 결의했지만 아직까지 실제 지원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고, 휴면예금을 사용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 미비로 아직까지 불가능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양극화와, IMF사태후 엄격해진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규제 등으로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권에서 쫓겨나면서 살인적 고리대를 이용하다가 가족 전체가 붕괴하는 등 그 어떤 나라보다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도입이 시급한 국가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외에 지자체, 제도권 금융기관등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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