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달새 외국인 3조 이탈, '미국계 자금'도 이탈
"미국계 움직이지 않아 괜찮다"던 정부 당황
1월까지만 해도 외국계 매도 금액의 상당 부분은 단기투자성향의 유럽계 자금이어서 장기성향의 미국계 자금이 움직이지 않는 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2일 토러스투자증권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럽계 자금은 1월 들어 국내 증시에서 1조9천97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미국계 자금은 2조9천841억원 가량을 순매수하면서 증시 수급을 단단히 받쳐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계 자금 또한 매도에 동참하고 있어 외국인 매도 흐름은 상당 기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계 자금은 작년 한 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5조원 가량을 순매수한 주식시장의 큰 손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금감원의 공식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근 유가급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미국계 자금이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승원 UBS증권서울지점 전무는 "미국, 유럽 등으로 국적을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 등 리비아 문제로 불안요소가 있는 업종을 위주로 외국인 매도가 나오고 있다. 코스피 수익률도 그동안 괜찮아 차익실현 물량은 좀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매도 지속이 당분간 유력한 상황에서 국내 기관의 자금 여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자문형랩, 국내 주식형펀드, 연기금 자금 등의 추이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1월만 해도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2월 중순 이후 금융당국의 랩 규제가 강화되고, 자문사에서 손실을 회피하려고 차익실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개인 자금이 위축되는 모양새다"라고 말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담당 연구원은 "국제회계기준(IFRS) 영향으로 사모펀드에서 공모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외국인이 흔들리고 있는데 얼마만큼 더 들어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향후 투자심리나 경기전망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중동 사태에 따른 원유 가격 불안, 북한 리스크 등 현재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가 얼마나 빨리 희석되느냐다.
오 연구원은 "유가가 90달러 초반까지 안정된다면 아시아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안 전무는 "불안 요소가 좀 가라앉으면 그간 많이 떨어졌던 종목 위주로 강한 유입이 기대된다. 외국인이 불안한 지금이 오히려 굉장한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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