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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은 총재에 이성태 부총재 내정

실력과 개혁성 겸비한 ‘부산상고 출신' 원칙주의자

한국은행의 대표적인 개혁 지향의 원칙주의자인 이성태(60) 한국은행 부총재가 박승 현 한은총재의 후임으로 4년 동안 한은을 이끌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에 이 부총재를 내정했다고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이 발표했다.

김 수석은 이 내정자 발탁 배경에 대해 “이 내정자는 거시경제와 통화금융 정책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라며 “지난 98년 기획부장 재직 시 한국은행 독립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은법 개정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등 균형된 시각과 개혁성을 두루 겸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또 “부총재로 재직하는 동안 종전의 '연공서열식 인사'를 타파하고 '발탁 인사'를 실시하는 등 조직 운영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은 최초로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며 “업무 추진에서도 철저히 원리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균형 잡힌 성향의 소유자라는 평”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상고 수석졸업, 서울상대 수석입학...노대통령에 깊은 인상

이성태 한은총재 내정자는 부산상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정통 한국은행맨이다.

지난 68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후 홍보부장, 기획부장, 조사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및 금융통화위원 등을 두루 거친 이 내정자는 통화정책과 관련된 주요 지표와 물가, 성장률 통계 등 주요 통계수치에 통달해 `한은의 컴퓨터'로 불린다.

부당한 지시에는 당당하게 맞서고 소신발언이나 직언을 줄곧 해온 원칙주의자로 90년대초 자금부 부부장 시절 투신사에 대한 한은 특융에 끝까지 반대, 특융허가 서류에 끝내 서명하지 않아 그를 건너뛰고 결재가 이뤄진 적도 있다.

정치색이 전혀 없는 데다 대외활동이 뜸했던 이 내정자는 부총재 취임 초기에는 외부인사와의 식사 약속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각계인사들과도 두루 접촉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노 대통령 2년 선배로서 부산상고를 수석졸업한 뒤 서울대 상대에 수석입학한 수재로 알려졌던 이 내정자가 유력한 후임 총재라고 꼽아왔다. 이 내정자가 당시 부산상고 1학년이던 노 대통령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동향의 선배였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는 평가였다.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 출범후 부총재보에서 부총재로 승진할 때에도 치열한 내부경쟁에도 불구하고 승진한 데 이어 이번에도 총재에 올라 실력과 함께 관운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직한 성품과 뚝심 갖춰 한은 중립성 고수 기대

지난 96년 한은에서 은행감독원을 분리, 금융감독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내정자가 한은 노조와 함께 맹렬한 한은 독립운동을 펼쳤던 전력과 강직한 성품 탓에 재정경제부 등에서는 향후 정책협조과정의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에 한은 직원들은 이 부총재의 총재 내정을 환영했다. 특히 이 내정자가 2000년 코스닥시장의 급등 당시 정보기술(IT)거품의 허상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등 탄탄한 경제분석력을 보유하고 있고 원칙론자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뚝심을 갖춘 데다 원리원칙에 충실한 이 내정자가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지키는 데 역점을 둘 지, 아니면 정부와 새로운 차원의 협조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인지, 또 금통위를 어떻게 리드할 것인지 주목된다는 것이 금융권의 반응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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