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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판 여기자 피살, '러시아 정부 배후설'

집앞서 피살돼, 푸틴 집권후 언론통제 강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집요하게 비난해 오던 러시아 유명 여기자가 피살되는 사건이 러시아 정부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여기자 살해 사건, 정부 배후설 대두

8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체첸 인권 유린 상황을 집중 파헤지면서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러시아 일간 <노바야 가제타>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가 7일 피살됐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모스코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사건 현장에는 4발의 탄환이 장전된 권총 한 자루가 함께 발견됐다.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그동안 러시아 정부에 의한 체첸 인권 유린을 집중 보도하며 러시아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아르촘 보로비크’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정부 비판 기사로 인해 러시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0년에는 전 KGB 관리인 푸틴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이듬해에는 살해 위협을 피해 오스트리아로 망명하기도 했다.

피살 소식이 알려진 직후 그의 모스코바 집 앞에는 수백 명의 참배객들이 촛불을 들고 그의 피살을 애도하고 있다.

러시아 전 대통령이자 <노바야 가제타> 주주이기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야만적인 범죄로 전체 민주주의와 언론 독립을 파괴하려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체첸 총리 범죄 목격 주장 후 살해

모스코바 언론인협회는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의 피살과 관련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공격”이라며 정부 배후설을 주장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도 이번 사건에 명백한 청부살인의 흔적들이 보인다고 전했다.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는 앞서 지난 5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는 람잔 카디로프 체첸 총리의 범죄행위를 목격했다"고 밝힌 바 있어, 그의 살해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러시아 언론 통제 상황에 대한 비판 확산

<로이터통신>은 이번 피살사태와 관련, 지난 2002년 4백50명이상이 숨진 체첸 반군의 러시아 모스코바 극장 인질 사건 이후 언론 탄압이 한층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당시 인질 사태이후 새로운 언론법을 제정하고 전쟁과 테러공격에 대한 언론 보도를 강력 규제하기 시작했다.

정부비판 기사를 많이 써온 여기자 피살 사건 연루설에 휩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 붕괴 후 언론에 대한 통제가 완화돼 왔지만 푸틴 대통령 취임 후 언론 자유를 일부 강화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비평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통치하는 러시아가 ‘관리 민주주의(managed democracy)'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이유로 러시아가 새로운 독재 시대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정부의 언론통제 비판과 관련, 자신은 언론을 통제할 수도 또 통제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푸틴대통령의 측근 보좌관인 드미트리 슈르코브는 “언론 자유와 질서의 균형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직간접적인 규제를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러시아 정부는 유리 차이카 검찰 총장이 직접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러시아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현지 경찰은 폐쇄회로 카메라에 찍힌 짙은 색 의상과 모자를 쓴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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