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의 C&그룹 수사, 타깃은 '구정권 호남인맥'?
임병석 C&그룹 회장, "500만원짜리 회사, 수조원대로 키워"
실제로 검찰은 C&그룹이 붕괴하는 과정에 경영진이 계열사의 회계장부 등을 조작해 거액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십수년간의 성장 및 몰락 과정에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을 훑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그룹이 검찰 수사망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여정부 후반부인 지난 2006년에도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브로커 김재록씨를 수사하는 과정에 C&그룹의 임병석 회장은 검찰 소환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수사발표를 통해 임 회장이 2004년 12월 "건설업체 우방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420억원을 우리은행 사모펀드 형식으로 조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고향 친구인 김씨에게 10억4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그러나 C&그룹은 그후에도 성장을 거듭해 한때 41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60위 중견그룹으로까지 컸다가,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과 C&우방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에 돌입하면서 그룹 전체가 붕괴된 상태다.
때문에 대검의 C&그룹 수사는 "기업은 망해도 오너는 3대를 간다"는 식의 단순한 임 회장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서 그가 초고속성장을 하는 과정에 정·관계 유착 의혹, 즉 DJ정권 출신인사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임병석 회장은 구 정권 시절에 '신화'였다. 그는 1961년 생으로 지금 나이도 49세밖에 안된다. 그는 그러나 29세이던 1990년에 단돈 500만원으로 칠산해운이란 자그마한 회사를 창업한 이래, 그후 불과 십수년 사이에 회사 자산 규모를 수조원대로 키워냈다.
C&그룹의 전 명칭은 세븐마운틴. 7개의 산을 뜻하는 세븐마운틴이란 그룹명은 그가 창업한 칠산해운에서 유래됐다. 칠산(七山)은 임 회장의 고향인 전남 영광 앞바다에 있는 7개의 섬으로 이뤄진 무인도를 가리킨다.
칠산해운이 급성장을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다. 선박ㆍ화물 중개 업무를 하던 칠산해운은 DJ정부 출범후 한국전력 등의 대형화물 운송용역 등을 따내면서 단기간에 거액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한전 사장 등은 DJ정권 핵심인사들이 요직을 맡고 있었다.
본원적 축적을 한 칠산해운은 그후 IMF사태때 쓰러진 기업들을 무서운 속도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2002년 법정관리 상태였던 세양선박을 전격 인수했으며, 2003년에는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2004년에는 한리버랜드(옛 세모유람선), 케이 씨라인(선박관리ㆍ중개), 진도(컨테이너제작ㆍ의류), 건설업체 우방까지 인수하면서 M&A 불과 3년만인 2005년도에 이미 29개 계열사에 임직원 6천명을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거듭났고, 그후에는 C&중공업까지 인수하면서 최전성기를 맞았다.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 과정에 당시 금융계 브로커로 유명했던 김재록씨와의 연계다. '이헌재 사단' 멤버이자 임회장과 같은 전남 영광 출신인 김재록씨는 DJ정권 시절에 총리급 인사 등 숱한 호남 출신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정치자금 등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 실형을 살기도 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C&그룹 수사는 DJ정부 인사들과 민주당내 호남 정치인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재계의 일반적 관측이어서 민주당의 반발 등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우리가 염려했던 대로 '공정사회'가 '사정사회'로 가는 것 같다"며 "보도에 의하면 여당 중진의원도, 또 야당 특히 민주당의 여러 의원들에 대해 뒷조사를 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 또 한번 살아있는 권력은 보호받고 죽은 권력은 부관참시를 당하지 않는지 염려하고 있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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