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불상, 4대강 공사로 구멍 뻥 뚫려"
"세종대왕릉-왕흥사지도 위험", 4대강공사 강행 파문 확산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8일 4대강 공사가 진행중이던 낙동강 32공구(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에서 발견된 마애보살좌상의 사진을 공개했다.
화강암 위에 새겨진 이 마애보살좌상은 우측 상단 후광의 윤곽선이 맞닿은 부분에 드릴로 뚫은듯한 커다란 발파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구멍 주변이 허옇게 긁혀서 훼손되어 있었으며 여러 군데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낙단보 통합관리센터 부지 조성 공사 중 발견된 이 불상은 가로 550㎝, 세로 350㎝ 정도의 화강암 암벽에 높이 220㎝, 너비 157㎝의 규모로 새겨져 있다. 머리에 보관을 쓰고, 눈과 입술을 도드라지게 표현했으며, 연약하게 처리한 팔과 생략이 강한 착의 형식 등이 고려 전기의 지방화된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발견된 마애보살좌상이 경기 이천과 경북 고령에서 발견된 고려 초기의 불상과 비슷한 양식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 마애보살의 상처는 편법과 불법을 총동원하여 무지막지하게 자연 파괴를 자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이를 막지 못한 이 시대 국민들의 죄악을 영원히 돌에 새긴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깊은 상처가 새겨진 마애보살좌상을 보고 문득 4대강 공사를 막기위해 소신공양하신 문수스님이 떠올랐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여주 세종대왕릉에 대해서도 "지난 주말 세종대왕과 효종대왕께서 묻히신 여주 영릉을 현장 조사했는데 문화재청이 ‘문제없다’고 밝힌 세종대왕 영릉 문화재보호구역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심각한 지반침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세종대왕 영릉은 본래 습지로 보토를 해서 지대를 강화시킨 곳으로, 강바닥을 7m 깊이로 파내어 현재의 수심보다 7배 이상 물의 양이 늘어날 겨우 수맥의 삼투압에 따른 기반침식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주댐과 강천댐 건설로 인해 7배 이상의 수량이 증가할 경우 세종대왕 영릉 문화재 구역은 상습 안개지역으로 전락하여 세계문화유산인 제실과 3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회양목, 수많은 보물급 건축물과 석물들의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특히 심각한 것은 세종대왕 원찰로 국보와 보물이 즐비한 천년 고찰 신륵사는 강천댐과 여주댐에 둘러쌓여 수몰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4대강공사가 진행중인 금강 6공구 인근의 백제 왕흥사지도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병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화재위원회는 금강 6공구가 백제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왕흥사지와 인접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도 않은 현장조사를 한 것으로 공문서를 허위 작성하고 실제로는 도면 검토만으로 현상변경 승인을 해 줬다"고 질타했고, 이밖에 정부가 문화재청의 현상변경승인 허가(5월 27일)를 받기 보름 전부터 공사를 강행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마애보살좌상 훼손에 대해 불교계도 격분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지도위원인 법응 스님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사전에 문화재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고려불상이 대형 드릴로 인해 천공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국책사업에 의한 종교탄압과 성보의 훼손임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마애보살좌상 훼손 현장에 조사팀을 급파하며 금명간 대정부 비판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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