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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강준만의 '시민명망가 축출론'

"특정권력 추종하는 정치하부집단" "권력엘리트", 시민운동 맹성 촉구

주동황 방송위원회 방송위원의 '위장전입' 의혹, 신태섭 KBS이사의 논문표절 의혹, 이형모 <시민의신문> 대표의 성희롱 파문 등 잇따른 시민운동가의 탈선에 시민운동의 자정을 촉구하는 내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창룡 "잇따르는 비리, 부패, 성추행..."

그동안 언론민주화 운동에 앞장 서온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24일 <미디어오늘>에 '위험한 시민단체의 행보-시민활동을 하려면 시민활동에서 멈춰라'라는 글을 긴급기고했다. '주동황 파문'을 접한 직후 올린 글이다.

김 교수는 우선 "현대사회에서 시민단체는 ‘NGO(Non Government Organisation)’로 불리며 언론에 이어 제5부로 자리잡을만큼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1990년대를 기점으로 많은 시민단체가 탄생하며 한국의 민주화, 투명화에 크게 기여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민언련, 환경연합 등 많은 시민, 환경단체들이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권력감시와 환경감시에 일정한 몫을 해왔다"고 그동안 시민단체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전국의 시민단체가 지방의 지부를 포함하면 2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수많은 조직 가운데 불거지는 비리, 부패, 성추행 사건은 아마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않을 지도 모른다"며 우회적으로 최근 이형모의 성희롱 사건을 개탄한 뒤, "조직이 많아지고 활동이 늘어나다보니 시민단체가 관여할 때 안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본격적으로 일부 시민단체 명망가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일부 시민단체에 의존하는 참여정부에서 시민단체의 활동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진정으로 주민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자가진단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목격해온 시민단체 대표나 주요간부들은 극과 극을 달렸다. 소신껏 성실하게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정반대의 사람도 있었다"고 일부 명망가들을 신랄히 비판했다.


"모 방송위 시민단체 심의위원 석달간 얼굴도 못봐"

김 교수는 자신이 목격한 일부 명망가의 불성실한 행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일전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일시적으로 선거방송관련 심의를 한 적이 있었다"며 "논란이 될 경우 표결로 처리하는만큼 한 표가 중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법이다. 그런데 한 시민단체 대표자격으로 선임된 심의위원은 3 개월동안 못 본 경우가 더 많았다. 성실성과 사명감에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런 일부 시민단체 대표의 불성실한 행태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목격됐다"며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각종 위원회에 참석하는 대표로 뽑혔지만 제대로 회의에 나오지않는 그 자체가 시민에 대한 의무불성실에 해당된다. 어쩌다 불가피하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상습적이다시피 할 때는 그 시민단체 조직자체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특정권력을 추종하는 시민단체는 정치하부집단"

이처럼 일부 명망가의 행태를 질타한 김 교수는 "시민단체의 생명력은 도덕성과 시민들의 대표성, 성실성에 있다"며 "시민단체가 권력의 동반자가 되거나 국회의원, 시의원 공천을 받는 사적목적의 수단으로 전락할 때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는 법이다. 특정권력을 추종하고 권력창출을 위해 만들어지는 시민단체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정치하부집단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특히 권력과 거리를 두고 곧은 소리를 내며 국민을 대신하여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할 시민단체 대표, 간부들이 권력의 손짓에 부화내동하게 되면 그 조직의 순수성과 정통성은 의심받게 된다"며 "개인은 권력의 화려함에 잠시 웃을 수 있겠지만 남은 사람들, 그 조직은 권력과 내통한 위장된 시민단체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이는 순수한 시민활동,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셈"이라며 일부 명망가들의 심각한 후유증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들 명망가에 대해 "시민활동을 하려면 시민활동에서 멈춰라"라고 주문하며 "시민활동을 권력이나 정치권 진출의 명함판으로 악용하는 시민운동가, 학자들은 그 조직을 망치게 되는 법이다.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시민단체와 그 운동가들을 욕되게 하는 결과를 빚는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도 이를 계기로 처음부터 자체 강령이나 내규를 정하여 정치권이나 권력의 장,차관급 자리, 국회의원, 시의원 공천 제의가 왔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매뉴얼을 만들기 바란다"며 "아마추어 정부의 사명감없는 아마추어 인사들의 행보, 이를 하나의 전통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이비 시민단체, 관변단체의 행렬에 제동을 가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엄격한 윤리를 요구했다.

강준만 "약탈 엘리트 아닌가"

초심을 잃은 일부 시민단체 명망가들에 대한 비판은 김창룡 교수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8일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한국일보>에 기고한 '약탈 엘리트'라는 글을 통해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같은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강 교수는 국민 80%가 사회지도층을 불신할 정도로 심각한 작금의 '불신' 상황을 개탄한 뒤 "누가 심판 노릇을 해야 하나? 3대 심판을 들자면, 언론ㆍ시민단체ㆍ지식인이다"라며 "가칭 ‘언론인ㆍ시민운동가ㆍ교수 정관계 진출 금지법’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공공 영역에 참여해 발언하는 시민운동가와 지식인부터 스스로 ‘심판 선언’을 하면 좋겠다. 영원히 정ㆍ관계 진출을 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그 어떤 공직(각종 위원회 포함)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자"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어 "이들이 그런 일에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한국사회에 인재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며 "이들은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개혁이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믿기 어렵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정ㆍ관계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심판이 없기 때문에 치솟는 갈등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해보자"며 본격적으로 참여정권 들어 빈번한 시민단체 명망가들의 진출을 비판했다.

강 교수는 "노무현 시대에 이르러 그간 심판으로 믿어 왔던 사람들이 대거 그라운드에 뛰어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다 이구동성으로 ‘개혁’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 말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꼭 따라붙는 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노 정권이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포위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라며 "좋다. 그 주장을 존중하겠다. 그래서 하는 제안인데, 적어도 수백명의 인사들에게 해당되는 억대의 연봉, 기사 달린 고급 승용차, 비서 달린 대형 집무실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호구지책과 업무에 지장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급여와 대우만 받고 나머지는 반납하거나 노 정권이 전투적으로 외쳐온 ‘양극화 해소’를 위해 써달라"고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그는 "최근 어느 언론인이 참여정부를 ‘약탈 정부’라고 비난해 논란을 빚었지만, ‘약탈 정부’가 아니라 ‘약탈 엘리트’ 이미지가 만연해 있는 건 아닌지 두렵게 생각하자"며 "정권은 여야를 막론한 ‘약탈 엘리트’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엘리트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바닥 민심을 청취해보자"고, 일부 시민운동 명망가들을 '약탈 엘리트'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김창룡-강준만 교수의 이같은 비판은 노무현 정부 말기를 맞아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자성론과 맞물려, 시민사회운동의 자리찾기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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