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수출 적신호', 무역흑자 급감
'세계경제 더블딥'으로 재고 급증하며 반도체-LCD값 급락
그러나 전달인 7월 무역흑자가 55억1천만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심상치 않다. 이는 지난 3월의 18억2천만달러이래 5개월만의 최저치다.
지식경제부는 "8월 초에 집중된 하계휴가와 선박ㆍ자동차 등의 인도 지연으로 수출이 다소 감소했다"며 "통상적으로 8월에는 무역흑자폭이 줄어드는 만큼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업계 전언은 정부 주장과 다르다.
그동안 수출을 견인해온 반도체와 LCD, 자동차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
실제로 전날 발표된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재고가 전월 대비로 반도체.부품(11.1%), 자동차(13.3%) 등에서 크게 늘어났다. 생산하는 것들이 안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하반기 들어 선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재정난 때문에 속속 끊기면서 세계경제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자,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목이 곧바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재고가 쌓이면 제품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1일 <전자일보>에 따르면, 1Gb DDR2 D램 스폿 가격은 31일 현재 1.99달러로 11개월 만에 2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주력 제품인 1Gb DDR3 D램 고정거래가는 이보다는 높은 2.34달러로 보름 전에 비해 무려 5.26% 하락했다. 1개월 만에 8.5%, 3개월 전에 비해 14% 가까이 하락했다.
세계 최대 CPU기업인 인텔도 지난 30일(현지시각) 올 3분기 PC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기존 목표 매출액을 112억~120억달러에서 108억~112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일반 소비자용 PC 수요가 저조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4분기에는 D램 가격이 30% 이상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LCD 분야도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타격을 받고 있다. 이달 중순 40~42인치 120㎐ LED 패널의 평균 판매가격은 440달러로 이달 초(460달러)보다 무려 20달러(4.3%)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급의 CCFL 패널은 305달러에서 295달러로 3.2% 하락했다. LED 패널의 가격도 중국과 유럽지역 수요 부진에 따라 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 · CMI · AUO 등 주요 LCD 업체의 LED 패널 재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사상최대의 이익을 거둔 핵심요인은 반도체 등의 가격폭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더블딥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주력부문인 반도체·자동차에 경고등이 켜지고, 그 결과는 무역흑자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블딥 공포가 확산되자 최근 미국·일본 정부 등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는 등 경기가 다시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각국의 재정적자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이며 금리 역시 제로 상태여서 똑 부러지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세계금융 및 실물경제 위기감을 확산되고 있다. 수출 하나에 의존해 위기국면에 대처해온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련이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풍광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