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파문의 시발점이 됐던 절차상 하자를 풀기 위해 청와대가 전효숙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요청하는 서류를 보내기로 했지만 한나라당은 이 또한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 "청와대 인사청문요청, 또 다른 미봉책이자 편법시도"

한나라당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전효숙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에 위법이 있음을 인정하고 정식의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내기로 한 것은 이제 문제의 본질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이것은 또 다른 미봉책이자 편법시도일 뿐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올바른 절차가 아니다"라고 거부의 뜻을 명확히 했다.

한나라당은 "헌법위반인 사항은 정치적 타협이나 중재로 적당히 넘어갈 수 없으며 이러한 타협은 또다른 혼란과 갈등의 시작일 뿐"이라며 "따라서 한나라당은 헌법수호의지가 미약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치명적 결함을 가진 전효숙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든지 대통령이 임명동의를 철회하는 것만이 유일하고 합헌적인 해결책"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거듭했다.

김형오, "겉치레만 새롭게 한다고 속까지 새로워지나"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날 전효숙 후보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방금 청와대가 이미 재판관직을 사퇴한 전 후보자를 다시 재판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절차를 또 밟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겉치레만 새롭게 한다고 속까지 새로워질 리 없고, 정치적으로 많은 상처를 입은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을 맡게 된다면 헌재의 결정에 국민적 신뢰와 믿음이 뒤따를 수 있을 지 걱정만 남을 뿐"이라고 다시 한 번 전 후보자의 '용단'을 촉구했다.

민노 "긍정적 평가, 한나라 법사위 논의에 참여하라"

반면에 민주노동당은 청와대 인사청문 요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오늘 결정은 절차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야3당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청와대가 자기 잘못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며 "한나라당도 더 이상 국회파행을 통해 자기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무리한 태도를 버리고 법사위에서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한나라당의 인준 협조를 주문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이 인사청문 요청서 제출에 대해 '청와대의 잘못을 인정해서 그렇게 한다기보다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재판관 인사청문을 요청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반성해야 할 것은 분명히 있다"며 "그저 서류가 한 장 필요하니 보낸다는 식의 태도는 지금까지 사태를 통해 혼란을 겪고 있는 국회와 국민들에게 청와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청와대에 비판적 시각도 보였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한나라당 소속의 안상수 의원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법사위 청문회 개최 거부 입장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전효숙 인준이 쉽게 성사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